© News1 박정호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관세청이 그간 수익을 막아온 여성의 신체를 정교하게 재현해 만든 성인 용품인 '리얼돌'(Real Doll)에 대한 통관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전신형, 미성년 또는 특정한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은 여전히 수입 금지 대상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지난 2019년 대법원 패소와 지난해 소취하건으로 소송비용을 지출하는 등 수입과 통관보류, 소송제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달 말 반신형 등 신체 일부를 묘사한 리얼돌에 대해 원칙적으로 통관을 허용하라는 지침을 일선 세관에 전달했다. 다만 전신형이나 미성년 또는 특정 인물을 형상화한 리얼돌은 제외한다.
리얼돌은 여성의 나체 형상과 성기를 정밀하게 모사한 인형이다. 주로 성행위 대상 용도로 만들어진다. 전신형으로 제작되지만, '토르소(몸통)' 형태나 허리 아래 하반신만 구현한 '반신형', 여성의 신체 특정 부분만을 본뜬 제품도 있다.
관세청은 리얼돌 수입 통관을 보류해왔다. '풍속을 해치는 물품'을 수입할 수 없다는 관세법 제234조항 때문이다. 그러나 2019년 6월 대법원은 한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관세청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풍속을 해치는 물건"이라며 계속해서 통관을 보류해 왔다. 수입업자가 관세청의 통관보류처분에 불복해 지난 5월까지 법원에 제기한 소송 건수는 총 44건에 이른다. 이 중 관세청은 16건에서 패소했으며, 진행 중인 소송은 24건, 소 취하 4건이다. 법원은 이번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어진 리얼돌 관련 하급심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 그 제품과 동일한 제품에 한해서만 통관을 허용했다.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2019.10.18.사진=뉴시스
관세청은 축적된 법원 판결 등을 토대로 이번 지침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전신형 등을 허용할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더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리얼돌 통관 보류 건수는 2017년 13건에서 2018년 101건, 2019년 356건, 2020년 280건, 2021년에는 427건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지난 5월까지 210건의 통관이 보류됐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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