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관계 부처 합동 '아동, 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기본계획'을 브리핑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사진=뉴시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우리 속담이다. 하지만 누군들 훌륭한 족적이라면 모르되 자신의 오명이 남기를 바라겠나. 만일 젊을 때 올린 낯뜨거운 메시지와 치기 어린 동영상이 본인 사후에도 사이버 공간을 떠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하긴 '디지털 장의사'란 신종 직업이 왜 생겼겠나. 죽은 뒤에 자신에 관한 좋지 않은, 인터넷상의 정보를 지우고 싶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개인이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즉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가 주목받고 있는 배경이다.
내년부터 아동·청소년의 '잊힐 권리'를 위한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아동·청소년 당사자가 직접 온라인에 떠도는 본인의 사진·동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특히 2024년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면 본인 외 부모나 친구 등 제3자가 올린 개인정보 삭제 요청도 가능해진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11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기본계획안을 내놨다.
유럽연합(EU)은 오래전에 '잊힐 권리' 법제화에 착수했다. 개인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한국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정보의 삭제요청 조항이 있긴 하다. 그러나 아동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을 뿐이다.
성인보다 개인정보 침해 위험인식이 낮고 권리행사에도 익숙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이른바 '셰어런팅'(Sharenting·SNS상에서 양육과정을 공유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보호자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부주의하게 올린 사진 한 장이 자칫 범죄에 악용되거나, 훗날 당사자인 아동에게 '디지털 주홍글씨'로 남는 사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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