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1.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 한파가 불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20대 후반 A씨는 최근 구직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경기침체로 아버지 사업이 주춤하면서 더 이상 집에 손을 벌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2. 40대 전업주부인 B씨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남편 월급만으로 살림을 꾸리기가 힘들어져서다. 취업을 하면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다. B씨는 "마트에 가서 세식구 먹을 것을 조금만 사도 20만원이 훌쩍 넘는 상황이라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고물가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찾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 잠시 손에 일을 놓고 있던 이들이 고용시장에 활력이 돌자 다시 취업전선에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용자수 증가는 고령층에 집중돼 있어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반기 고용시장 전망도 불투명해 안그래도 힘든 서민들이 일자리마저 찾지 못해 이중으로 좌절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쉬었음' 비경제활동인구 전년비 7.7% 줄어
구직전선에 뛰어든 취업자들이 증가한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에 따르면 6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207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 줄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병원 치료나 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들은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데 아예 구직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인구이다.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237만4000명, 2021년에는 239만8000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1월 256만9000명까지 치솟았다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도 43만5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4만9000명 감소했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자를 의미한다. 구직단념자는 올해 2월 51만3000명, 3월 46만4000명, 4월 43만1000명, 5월 42만4000명 등으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0% 뛰었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육아 대신 일터로... 물가폭등에 일자리 찾기 나서
고물가에 따른 팍팍한 살림살이로 인해 B씨처럼 육아를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는 부모도 늘고 있다. 육아로 인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올해 1월 111만2000명에서 지난달 99만6000명까지 줄었다. B씨는 "3살 밖에 안된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만 한명만 벌어선 생계 유지가 안돼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비경제활동인구가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최근 고용시장이 호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자는 지난해 3월 이후 16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16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뉴스1
불투명한 고용시장, 구직활동도 쉽지 않을 듯
다만 대부분이 60대 이상 취업자이고, 최근 경기 하강에 따라 하반기 고용시장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취업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가 47만2000명 늘면서 전체 증가 폭의 56%를 차지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상 회복 본격화에 따른 대면 업종 개선으로 그동안 고용 증가세가 지속됐지만, 앞으로 고용 상황을 전망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특히 4·4분기부터는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이 종료되면서 취업자 증가 폭 둔화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역시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경우 고물가로 힘든 서민들이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해 더 고통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을 60만명, 내년은 15만명으로 보고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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