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역대 2번째 비(非) 정치인 출신 총리로 극심하게 분열된 좌우 진영을 붙잡았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연정 붕괴로 사직서를 냈지만 대통령에게 반려됐다. 대통령은 일단 의회 차원에서 정부를 지킬 해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드라기는 14일(현지시간)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냈으나 마타렐라는 이를 반려했다. 드라기는 의회 차원에서 해법을 찾으라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오는 20일 상원과 하원에 출석해 현재 정국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지난 2018년 3월 총선에서 좌파 계열의 오성운동(M5S)과 우파 계열의 ‘동맹’으로 양분됐다. 과반에 실패한 양측은 법학 교수 출신이었던 주세페 콘테 전 총리를 무소속 조건으로 총리에 추대해 연립정부를 꾸렸다. 연정은 2021년에 좌파 진영의 분열로 붕괴되었고 이후 정치권의 합의로 드라기가 차기 총리에 올랐다.
드라기는 2011년부터 8년간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 정책을 이끄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경제 전문가로 정치권과 거리가 있었다. 그는 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 당시 유로존 붕괴를 막아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드라기의 정부는 좌우 갈등 속에서 중도를 표방하며 코로나19와 경제난을 효율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는 M5S 수장으로 변신한 콘테와 에너지 가격 및 물가 대응을 놓고 갈등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과정에서도 의견이 맞지 않았다. 드라기는 M5S가 14일 260억유로(약 34조2376억원) 규모의 민생지원 법안과 연계된 상원의 내각 신임 투표를 거부하자 더는 연립정부를 지탱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냈다.
현지에서는 마타렐라의 반려 결정을 두고 조기 총선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현재 의회 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과 물가 상승 등 현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내년 예산안을 결정하는 9~10월에 총선을 치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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