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KT 본사.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조성된 KT 부외자금을 국회의원들의 정치 후원금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개인 계좌에서 이체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함께 전했다는 당시 KT 대관 담당 임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구현모 대표 등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KT CR부문 임원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당시 국회의원들의 정치후원금으로 사용될 돈을 임원들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날 변호인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A씨에게 "임원들에게 정치자금 후원금 입금을 부탁하거나 현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CR부문에서 전달한 현금 그대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하는 것이 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설명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법 위반에 대해 설명한 것은 아니고,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곧바로 (돈을) 입금하지 말고 본인 계좌에서 이체하고 나중에 입금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사항으로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정치후원금에 법인자금을 사용하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A씨는 또 'A씨의 개인 돈으로 정치후원금에 사용할 돈을 주진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피고인들이 당연히 아는 것 아닌가'라는 재판장의 물음에는 "그랬을 것 같다"고 답했다. 당시 정치후원금으로 사용될 부외자금을 전달받은 임원들이 해당 돈이 법인자금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란 의미다.
구 대표 등 당시 KT 임원들은 2016년 9월 대관 담당 임원들이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돌려받는 '상품권 할인' 등의 방식을 통해 조성한 부외자금 중 1400만원을 자신의 명의로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불법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검찰은 구 대표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구 대표 측은 앞선 재판에서 "정치자금 기부를 요청받고 금원을 송부했다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본인 명의로 송금을 부탁받았을 뿐 가족과 지인 명의로 송금을 부탁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다른 죄와 분리 선고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구 대표 등은 이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같은 법원 형사17단독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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