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좀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중략)…난 그래도 7급에 넣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더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통령실을 둘러싼 사적 채용 논란이 수습불가 수준으로 불길이 확산됐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스페인 순방 지인 동행 논란에 윤 대통령 외가 6촌 채용 이슈도 등장했다.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이후 극우 유튜버 누나, 대통령 지인 2명의 아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등 줄줄이 이어진 이슈로 여권 내부조차 이러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사적 채용' 프레임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 취임 두달. 주요 리스크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지지율에 타격을 줄 수준의 사건은 없었다는 평가가 대체로 정치권에서 나온다. 그 대신 지지율을 지금처럼 떨어뜨린 건 가랑비에 옷이 젖듯 산발적으로 이어진 이슈들이었다.
이런 가운데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대행의 발언이 사적 채용 의혹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권 대행과 또 다른 윤핵관들이 물밑에서 채용 등 인사 문제를 논의한 게 만천하에 드러나면서다.
야당도 모처럼 호재를 만난 듯 연일 사적 채용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권 대행의 채용 관련 '압력' 발언이 터지면서 이제는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채용 전 과정을 공개해야 할 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멀쩡하게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조차 '논공행상'의 결과물로 평가절하받게 됐다는 불만들이 나온다고 한다.
권 대행은 대선 승리 이후 일찌감치 차기 원내대표로 분류된 원조 윤핵관이다. 그런 그가 "나중에 장제원(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 그래서 내가 좀 뭐라고 그랬지"라고 직접 언급한 발언은 좋게 해석하려 해도 문제 소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취임식 메시지로 그토록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에 엄청난 흠집을 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에 당분간 지지율 반등 기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적 채용 논란이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윤 대통령은 18일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선 채용 논란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다른 윤핵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나서 사적 채용 논란에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권 대행의 발언으로 이제 여론은 이 같은 해명에도 귀를 닫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상황을 타개할 묘안도 이를 짜낼 사람도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등 조언을 해줄 인사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대통령 주변에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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