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청약에서 주택법에서 양도·양수를 금지한 입주자저축증서에 주택청약 계좌가 개설된 은행 공인인증서도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무주택자 등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신청 요건을 갖췄으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분양신청을 할 수 없는 대상자들을 인터넷 맘카페 등을 통해 모집하고, 그들의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 주민등록등본 등 청약관련 서류 등을 매입한 뒤 중간 부동산업자들에게 판매하는 방법으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가 주택 청약과 관련해 편취한 금액은 4억 60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청약통장 등을 양도한 사람들 명의의 재직증명서 등을 임의로 발급받거나 작성하고, 이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입주자저축 증서와 함께 넘긴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도 독자적으로 양도·양수가 금지되는 입주자저축증서 등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주택법 제65조 1항은 '입주자저축증서 등의 양도·양수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1심은 "A씨 행위는 주택의 공평하고 효율적인 공급을 저해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입주자증서 양수로 인한 주택법위반 혐의에서 공인인증서 등을 입주자증서로 본 것은 무죄로 판단했다. 공인인증서는 입주자증서가 아니라는 취지다.
A씨 무죄 부분에 대해 검사의 상고로 열린 2심 역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원본을 제외한 나머지 공인인증서, 청약통장의 앞면 사진, 가입내역서, 계좌개설확인서, 권리확보서류 등은 '입주자저축 증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인인증서 역시 주택법이 양도·양수를 금지하는 입주자저축증서에 해당한다고 봤다.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제3자에게 공인인증서를 양도하는 행위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사실 및 순위, 그에 따라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 내지 자격을 증명하는 전자문서'에 관한 접근 매체를 양도하고, 그 입주자저축 증서에 관한 법률상 혹은 사실상 귀속주체를 종국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라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공인인증서 양도·양수행위를 주택법 제65조 제1항 제2호의 '입주자저축 증서 등의 양도·양수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임의로 제3자에게 이전해 실수요자 위주의 공급질서를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