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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 주식배분, 14년만에 최저

[파이낸셜뉴스]
기관투자가 주식배분, 14년만에 최저
월스트리트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비중이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14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지난 12일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근의 도로 표지판. AFP연합

대형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침체 우려가 기업실적 악화 전망을 낳으면서 주식시장의 비관전망이 강화된 것이 주식 비중을 바닥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투자심리가 바닥을 치면서 주식시장이 단기적인 약세장 안도랠리에 들어설 가능성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펀드매니저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BoA가 기관투자가 25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주식 비중을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한편 포트폴리오내 현금 보유 비중은 21년 만에 가장 높은 6.1%로 확대했다.

이들이 움직이는 자산 규모는 7220억달러에 이른다.

전세계 주식시장 흐름을 나타내는 FTSE 전세계지수가 21% 폭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올 상반기 50년만에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비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심각한 비관'
BoA 최고투자전략가(CIS) 마이클 하트넷은 투자자들의 비관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이 세계 경제 성장 둔화를 불러 기업실적을 약화시키고, 이에따라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트넷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의 비관은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

그는 펀드매니저 79%가 앞으로 기업실적이 팬데믹 기간이나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붕괴 당시에 비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주 비관 전망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세계 경제에 깊이 자리를 잡았다면서 이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급속한 금리인상이 경제 성장과 기업실적에 충격을 주고, 이로 인해 주식과 채권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경기침체가 최대 위험요인"
BoA 설문조사에서 기관투자가 3분의1은 최대 관심사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약 4분의1은 경기침체를 최대 위협요인으로 지목했다.

설문에 답한 전체 기관투자가의 약 60%가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초래되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에 빠진다는 시나리오를 최대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지수가 4% 미만으로 낮아지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식료품 등 월별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5월치가 4.7%를 기록한 바 있다.

바닥 심리로 단기 랠리 가능
하트넷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주식시장이 단기 랠리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주식시장 대세 상승 전환까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약세장에 나타나는 단기적인 안도랠리는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랠리가 나타나더라도 일시적인 흐름에 그칠 것이라면서 주식시장이 지속적인 회복 흐름으로 돌아서려면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라는 기폭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물경제가 금융시장과 함께 고통받고 있다고 연준이 판단해 통화정책 방향을 틀어야 상승 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트넷은 지금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준이 패닉에 빠져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정도의 수준으로 추락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