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우려했던 '택시대란'이 현실화됐다. 코로나19 이후 수요 감소로 택시 기사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대란' 가능성은 이미 예상된 바 있었다. 하지만 사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부활한 회식과 저녁자리 등으로 심야 시간 택시를 찾는 사람들은 급증했는데 택시 공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택시 수요를 늘리기 위해 심야 시간대 탄력요금제 실시나 플랫폼 운송사업 부활 등을 제시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국토부의 정책이 지금의 '택시대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택시업 종사자와 이용자가 생각을 들어봤다.
"탄력요금제 반기지만 근본 대책 아냐"
지난 20일 만난 택시업 종사자들은 일단 국토부의 심야 탄력요금제를 반기기는 했지만 택시 공급을 늘려줄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탄력요금제는 플랫폼 업체들이 택시 호출 시점의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호출료와 택시 요금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제도다.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는 요금이 비싸진다.
먼저 법인택시를 모는 택시기사(익명 요구)는 "파격적으로 요금을 올려준다고 하면 (탄력요금제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탄력요금제를 반겼다.
또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오모씨는 "(요금 인상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심야) 할증이 올라가는 것은 환영한다"며 "야간에는 취객이 많고 잠도 못자서 힘든데 그만큼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택시 종사자들은 '택시대란' 해소를 위해서는 급감한 기사가 다시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택시가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택시 플랫폼별 탄력요금제 적용 서비스 그래픽=정기현 기자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10만2320명이었던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는 지난 5월 7만4536명까지 줄었다. 이에 따라 법인택시 가동률도 낮아졌다. 2019년 1분기 50.4%에서 올 1분기 31.5%로 감소했다. 기사가 없어 택시가 법인택시 주차장에서 멈춰있다는 의미다. 실제 택시가 택배나 배달에 비해 돈벌이가 되지 않다 보니 택시 대신 택배 등을 선택하는 운수업 종사자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해 이현로 전국택시노조 정책부장은 "전체적으로 법인 택시의 경우 기사가 30% 줄었다"며 "일부에서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많이 올라서 사납금을 인상해서 수령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사 수입이 줄고 택시를 운전할 기사의 수도 줄게 된다"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탄력요금제 도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부장도 "탄력요금제가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 정책 하나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며 "개인택시의 경우 고령화가 심해 취객이 많은 야간을 운행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보상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법인 택시 관계자 최모씨는 "택시 기사가 부족한데 단순히 (탄력요금제로) 인센티브를 올린다고 도움이 되겠냐"며 "세제 혜택 등 택시 업계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양한 택시가 시장서 경쟁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심야 택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요금과 호출료 등을 탄력적으로 올려받을 수 있게 하는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 도입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사진은 19일 밤 서울 도심을 운행중인 택시 모습. /뉴시스
택시 이용자들은 일단 '택시대란'에 의한 불편함이 큰 만큼 해소가 시급하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심야 택시 잡기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강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저녁자리가 많아지고 있는데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다"며 "택시 잡기가 힘들다 보니 저녁자리 종료 시간이 더 늦어지고 그만큼 다음 날이 힘들다. 과거에도 연말연시에는 택시 잡기가 어려웠던 기억은 있지만 지금처럼 매일 택시를 못 잡은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박모씨도 "예전엔 막차 시간에만 택시 잡기 어려웠는데 요새는 모든 시간대가 부족 현상"이라며 "택시 잡기가 너무 힘들어 일반 택시 요금에 4배를 지불해야 하는 '카카오 블랙'을 호출하고서야 간신히 택시를 잡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심야만 한정한 탄력요금제 도입이든, 전반적인 요금 인상이든 요금으로 지금의 공급 문제가 풀릴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직장인 김모씨는 "택시를 보면 물론 수익이 적어서 기사 수가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택시 영업을 하려면 비싼 돈을 줘야 하고 무사고를 몇년간 유지해야 하는 등 요건이 있지 않는가"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택시 이용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택시가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승차 공유(카셰어링)'이나 합승 확대 등의 제도가 도입될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도 동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이모씨는 "심야에 택시가 아니면 집에 갈 방법이 없다. 택시 기사가 절대 갑이라고 생각된다"며 "음주 상태에서 킥보드를 타거나 공유 자전거를 타서 문제가 되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양한 요금제 다양한 형태의 택시가 시장에 등장해 수요공급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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