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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도 보도블록에서 1시간.. 택시대란 해법, 안찾나 못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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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최근 서울 강남역 신분당선 인근에서 회식자리를 가진 후 저녁 11시 30분경 택시를 잡으려던 A씨는 2시간 동안 거리를 배회했다. 길 위에서도 택시 플랫폼을 통해서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다. 걸어서 지하철역 한 정거장을 옮긴 A씨는 새벽 2시경 인근에서 자신과 처지가 같은 일면식이 없는 이들과 택시를 같이 타기로 한 끝에야 겨우 귀가할 수 있었다.

어젯밤도 보도블록에서 1시간.. 택시대란 해법, 안찾나 못찾나
지난 18일 오후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심각해지는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시간대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인원·장소·시간 등 제한이 풀리자 회식 자리가 늘면서 택시를 타려는 수요도 함께 급증한 반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택시 기사 수는 급감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택시 플랫폼에 탄력요금제를 전반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사람이 더 몰리는 시간에 더 많이 벌 수 있는 시스템을 중형택시 생태계에 안착시키는 등 당근책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및 전문가는 탄력요금제 도입을 비롯 탄력요금제 기준을 세심하게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맞춰 나갈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특정 피크시간에도 시민들의 이동교통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전체 이동교통수단 인프라 및 시스템 개선을 강조했다.

2~3시간 기다리고 웃돈 줘야 겨우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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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플랫폼별 탄력요금제 적용 서비스 그래픽=정기현 기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심야시간 등 피크시간에 택시 이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택시 대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낮에도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이 같은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은 코로나19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상생 기반 모빌리티 혁신 스타트업 코나투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서울지역 택시 기사 수는 지난 2년 간 약 15%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후 서울 법인 택시 기준 기사 수익이 약 24%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국제 유가 급등, 택시 기사 고령화로 인해 심야 운행 기피 현상이 일면서 피크시간대 택시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처럼 택시를 잡기가 넉넉치 않다 보니 최근에는 불가피하게 중형택시 요금 대비 최대 6배 비싼 고급·대형 택시를 잡는 시민들도 많다. 최근 심야시간대 숙대 쪽에서 웃돈을 주고 택시를 탄 경험이 있는 B씨는 "최근 택시기사들은 이태원 같은 지역에서 돈을 더 안 주면 못가는 건 당연하다는 생색을 듣고 황당했다"고 전했다.

택시 90%에 탄력요금제… "사회적 합의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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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카카오 택시 모습. /연합뉴스

'택시대란'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토교통부는 택시플랫폼에 탄력요금제를 전방위로 도입키로 했다.

현재 택시시장 내 90%가량을 차지하는 중형택시에 탄력요금제를 적용해 피크시간에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택시기사들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현재 택시 호출 성공률은 25% 수준으로, 4명 중 3명은 심야 시간에 택시를 잡을 수 없어 시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정도"라며 "공급의 문제이긴 하지만 공권력을 통해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가격을 통해 택시의 공급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요금제를 호출료 형태로 마련할 것인지, 요금 자체에 적용시킬지 여부는 객관적 조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탄력요금제는 시간대 또는 상황별 택시 수요·공급에 따라 적용 배율을 플랫폼마다 '최소 0.8~ 최대 4배' 구간에서 탄력적으로 요금을 책정할 수 있는 요금제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우티(UT), 타다 등 주요 택시 중개 플랫폼은 탄력요금제를 대형 또는 고급 택시에만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형택시에도 탄력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여객운수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택시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중형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을 업계는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의적인 탄력요금제 도입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탄력요금제를 언급한 것도 중형 택시 탄력요금제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수가 공감할 만한 요금체계를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정한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감대를 이룰수 있도록 탄력요금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 택시체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엔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응답형버스(BRT),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우버, 그랩 등 개인도 운행할 수 있는 운임 서비스 도입 및 정착 등에 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