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선거 기간에 집회나 모임 등을 금지한 현행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1일 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가 청구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심판대상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으로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인 256조는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씨와 주 전 기자는 19대 총선 기간인 2012년 4월 당시 민주통합당 정동영, 김용민 후보 등을 공개 지지하며 인터넷방송 '나꼼수'와 SNS 등을 통해 집회 개최를 사전 고지한 뒤 참석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벌금 90만원이 선고되자 '이 법 조항이 선거운동과 정치적 표현,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심 과정인 지난 2018년 헌법소원을 냈다. 2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선거에서의 기회 균등 및 선거의 공정성에 구체적인 해악을 발생시키는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 정치적 표현까지 금지 처벌하고 있고, 이러한 범위 내에서 집회개최 금지조항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반면 사실상 선거와 관련된 집단적 의견표명 일체가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일반 유권자가 받게 되는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선거의 공정성과 평온에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추상적인 위험성을 들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에 의해 보호되는 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는 일반적 추정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부인될 수 있는 경우라면, 입법자는 전면 금지가 아니라 집회나 모임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수단으로서 불가피한 규제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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