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한동훈 독직폭행' 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당시 검사장(현 법무부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한기수·남우현 부장판사)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연구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독직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이 한 장관의 몸이 밀착될 때부터 두 사람이 소파에서 미끄러질 때까지의 시간적 간격이 매우 짧았고, 정 연구위원이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동훈 장관의 팔과 어깨를 잡고 한 장관 몸에 올라타고자 하는 행동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객관적 자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쓰러진 피해자의 팔과 어깨 부위가 정 연구위원의 몸에 눌리게 됐다 하더라도 이는 정 연구위원과 피해자가 함께 바닥에 쓰러지게 된 결과에 연속하거나 이에 포함된 일련의 결과로 평가될 수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의 행위 형태, 정 연구위원과 피해자의 위치, 피해자가 앉아 있던 소파의 형상 및 높이 등을 고려하면, 정 연구위원이 소파에 앉아 있던 피해자가 피하는 방향으로 계속해 이동하며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피해자의 몸 위로 쓰러졌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유죄 인정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거가 없다면 유죄가 의심 간다 하더라도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주문을 낭독한 뒤 정 연구위원에게 "당부의 말을 보탠다"며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에게 독직폭행 고의에 관해 검찰 입증이 부족하다고 봐 형사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지만, 당시 직무집행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원래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영장 집행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 그런 돌발상황에서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아픔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단 점을 덧붙인다"고 했다.
앞서 정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이었던 2020년 7월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와 관련해 휴대전화 유심칩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 장관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 연구위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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