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 다음달 21일까지 음주운전 특별단속 시행
기준치 조금만 넘어도 '면허 정지'...단호한 음주측정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에서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휴가철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1%이세요. 0.029%까지가 훈방 조치인데, 기준치를 넘으셔서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갑니다."
지난 22일 오후 10시.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로데오거리와 선릉로가 만나는 골목 입구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했다. 이날 단속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뤄진 한달간의 특별단속이다.
음주단속은 이날 두 단계에 걸쳐 이뤄졌다. 먼저 비접촉감지기를 통해 차 안 공기 중 알코올 여부를 확인한 다음, 감지기가 반응을 보일 경우 호흡측정기로 체내 알코올 농도를 측정했다.
단속 시작 5분이 채 안 된 시점, 첫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경찰의 지시에 따라 검은색 외제차에서 20대 남성 A씨가 정장차림으로 내렸다. 멀리서도 술 냄새가 진동하는 그는 짧은 호흡을 내쉬며 음주측정기에 날숨을 불어 넣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31%, 면허 정지 기준인 0.03%를 조금 넘긴 수치다. 이 사실을 안 그는 "너무 아깝다"며 "이 수치는 한계치 아니냐"며 탄식했다.
이어 그는 "술 먹고 운전하면 안 되는데, 대리가 너무 안 잡혀서"라며 변명을 한 뒤 "이것 '원 찬스'아니냐"며 경찰관에서 거듭 물었다. 현장의 경찰관이 채혈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자 "한번 해보겠다. 훈방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순찰차를 타고 도곡동 강남베드로병원으로 향했다.
이처럼 압구정로데오거리는 심야임에도 불구하고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러 나온 인파들로 북적였다. 술김에 운전대를 잡은 고가의 슈퍼카 운전자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 거리에서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비접촉감지기를 통해 선별한 운전자를 대상으로 호흡측정기를 통한 혈중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이어 음주단속이 1시간가량 지났을 무렵 두 번째로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남색 스포츠카를 운전하던 30대 남성 B씨는 체념이라도 한 듯 호흡측정기의 대롱에 입을 가져다 댔다. 혈중 알코올 수치는 0.074%, 면허 취소 수준이다. B씨는 약 6시간 전에 강남구 삼성동에서 지인 3명과 소주 반병을 마셨고 다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시간이 지났어도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라면서 인적사항을 조사하는 경찰관에게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냐"며 되묻기도 했다.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한 차량도 있었다. 추격해오는 순찰차 2대를 피해 이면도로 안쪽으로 선호해 도주했다. 인파로 북적이는 좁은 골목을 달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경찰은 더 이상 추격이 위험하다고 판단, 폐쇄회로(CC)TV 판독 등 도주차량 수색에 나섰다.
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PM)등 개인용 이륜 전동차도 예외 없이 단속 대상이었다.
강남경찰서가 이날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동안 음주단속을 벌인 결과, 음주운전자 4명을 적발했다. 이들 중 2명은 면허취소, 나머지 2명은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은 "이날처럼 단속 1시간이 채 안된 시점에 2명이 행정조치를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 "술을 얼마나 마셨던 알코올 농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술을 마셨다면 음주운전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다음달 21일까지 이태원과 홍대 등 유흥주점 밀집 지역에서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음주운전 단속을 집중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한강공원·유원지 등 피서객이 몰리는 장소를 중심으로 단속을 진행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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