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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비만 챙긴 지각 국회, 민생에 올인하라

첫 대정부질문 정쟁 지속
여야, 법안 1만여건 뒷전

[fn사설] 세비만 챙긴 지각 국회, 민생에 올인하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참석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국회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긴 샅바싸움 끝에 문을 열었지만 여야 간 대치는 되레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25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면 충돌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민주유공자예우법 등 사안마다 거친 공방만 주고받으면서다. 지각 개원한 국회가 뒤늦게 민생을 돌보는가 했더니 벌써 싹수가 노래 보인다.

21대 국회는 지난 22일 가까스로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막판 쟁점이었던 행정안전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여야가 1년씩 번갈아 위원장 자리를 맡기로 절충하면서다. 장장 53일 만에 '개점휴업'을 끝낸 셈이다. 그사이 입법부는 단 한건의 민생 안건도 처리하지 못했지만, 선량들은 세비는 꼬박꼬박 챙겼다. 국회도 공전 기간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지만, 세비 1285만원(세전 기준)을 반납하겠다고 한 이는 초선 조은희 의원(국민의힘)이 유일했다.

일부 지방의회의 행태도 국회 못잖게 가관이다. 여야 78대 78, 동수로 구성된 경기도의회는 밥그릇 싸움인 의장 선출방식을 놓고 다투느라 여태껏 개점휴업 상태다. 한 일이라곤 5분 만에 정회된, 지난 12일 본회의가 전부였다. 그러고도 경기도의원들은 첫 달 의정비로 554만원씩 수령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로 국회의원들이나 지방의원들이나 오십보백보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

지금 국회 의안과 캐비닛에는 무려 1만1000여건의 법안이 잠자고 있다. 그중에는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검수완박법 등 쟁점안건을 제쳐두고라도 민생·개혁 법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의 파고를 넘으려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도 한둘이 아니다. 납품단가연동제, 유류세 인하폭 확대법안, 직장인의 식대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그런 범주다.

그런데도 여야는 당략을 앞세워 상임위별로 무한 대치를 이어갈 태세다. 거야는 운동권 인사 자녀들에게 특혜를 주는 민주유공자예우법을 재추진하고 있고, 여당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시도할 낌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민생 법안이 뒷전으로 밀릴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한국 경제에도 '퍼펙트 스톰'이 밀려오고 있다. 여야가 정치 현안을 놓고 싸울 때는 싸워야 하지만, 이제 경제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그러려고 국회는 지난 18일 민생경제안정특위(민생특위)까지 만들지 않았나. 속히 민생특위를 가동해 여야가 문제점을 공유해온 부동산세와 소득세 법안 등을 손질해야 한다. 법인세 등 기업 관련 세제와 노동시간 유연화 문제 등 이견이 큰 안건도 '민생 우선'이라는 대의를 따른다면 절충이 불가능하진 않을 법하다. 늑장 개원한 국회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더 키우지 말고 이제라도 숙의민주주의를 실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