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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천연가스 가격, 5개월만에 최고..."경기침체 경고등 켜진다"

[파이낸셜뉴스]
유럽 천연가스 가격, 5개월만에 최고..."경기침체 경고등 켜진다"
러시아 가즈프롬이 유럽 천연가스 공급을 절반으로 감축한다고 발표한 이튿날인 26일(현지시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20% 폭등하며 3월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사진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의 독일 루브민 지상기지. 로이터연합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26일(이하 현지시간) 5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날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27일부터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르드스트림1의 가스 공급 규모는 전체 용량의 20%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

가스 가격, 20% 폭등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도매가 기준물인 TTF 익월 인도분은 이날 20% 폭등해 메가와트시(MWh)당 210유로를 돌파했다.

지난 3월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당시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 맞서 노르드스트림1 가스 공급 감축을 선언한 이튿날 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현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010~2020년 평균가의 10배를 웃돈다.

가즈프롬은 25일 터빈 설비 공급 차질을 이유로 노르드스트림1 가스 공급을 27일부터 3300만㎥로 감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산하 컨설팅업체 상품인사이츠의 유럽·중동 담당 가스 애널리스트 제임스 헉스텝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감축이 이처럼 급격할 것이라고는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각료회의에서 다음달부터 내년 3월까지 각 회원국의 가스 사용을 15% 줄이도록 하는 EU집행위원회의 비상계획을 승인했다.

가스 배급제 우려 심화
가스 공급 감축에 따른 가격 폭등은 유럽의 대체 에너지원 탐색 노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대체 에너지원을 찾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해 러시아의 급속한 가스 공급 감축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다.

대체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유럽은 사업장, 공장, 나아가 가정에 공급하는 가스를 배급제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

EU 집행위의 비상계획 2단계가 배급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가스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덩달아 뛰고 있다.

독일 전력요금 기준물은 MWh당 370유로까지 치솟아 사상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화력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여파다.

전력요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MWh당 60유로를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경기침체 경고등 곧 켜질 것"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유로존에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의 코셜 라메시 선임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가격이 "많은 산업체 사용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서 "조만간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경기침체 우려는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

2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0.5%p 깜짝 금리인상으로 상승세를 타던 유로는 이날 미국 달러에 대해 0.9% 하락한 1.012달러로 내렸다.

중국 변수
가스 중개업체인 트라이던트마켓츠의 토비 콥슨 파트너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도 문제지만 중국 변수 역시 앞으로 가스 가격을 더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콥슨은 중국이 겨울용 가스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면 그러잖아도 고공행진하는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의 모든 요인들이 가스 가격 폭등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면서 "공급이 충분치 않은데다, 이로 인해 가스 저장 역시 충분치가 않다"고 지적했다.

콥슨은 "유럽은 지금 재앙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