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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액수의 2배…'코인 환치기' 의심 ['수상한' 외화송금 적발]

은행권 전체 자체조사 중에
금감원, 이례적 중간 발표
영세법인이 큰 금액 보내거나
가상자산 관련 거래 특히 주목
특금법·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은행 직원들 위법 드러날땐
고강도 제재 불가피할 듯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액수의 2배…'코인 환치기' 의심 ['수상한' 외화송금 적발]
27일 현재까지 파악된 이상 외화송금 거래는 4조1000억원가량이지만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유사거래가 있었는지 자체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오는 29일까지 제출토록 요청한 상태다.

다만 은행들의 '이상(異常)'한 외환거래의 핵심은 '수조원대'라는 거래규모가 아닌 법 위반 여부다. 자금세탁방지(AML)를 규정하고 있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나 자본거래 시 사전신고 등을 규정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본질이다.

■우리·신한만 4조대…타 은행도 점검

금감원 이준수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화송금 거래와 관련한 불필요한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사 중간에 점검 결과를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2개 은행(우리·신한)에서 확인한 외화송금 거래규모(잠정)는 총 4조1000억원 수준으로, 최초 은행이 보고한 규모인 2조5000억원보다 많다. 금감원 요청으로 이달 말까지 전 은행권이 자체 조사를 마치고 나면 이상 외화송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은행에서도 자율보고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부원장은 "하나은행이나 KB국민은행에서 이상 외환송금 거래 보고는 없었다"며 "점검 결과를 이달 말까지 가져오면 수사할 수 있으며, 지금은 구두로 보고한 것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신설·영세법인이 대규모 송금거래를 하거나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인 경우 △특정 영업점을 통해 집중적으로 송금한 경우를 이상 거래로 의심한다. 주요 점검대상 거래규모는 현재 금감원에서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53억7000만달러(44개 업체)가량이다.

금감원은 이상 송금거래를 한 법인에 대해서는 증빙서류 및 송금자금 원천 확인 등을 통해 거래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파악된 내용은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하고, 관세청(외국환거래법상 수출입거래 및 환치기 검사 관할)에도 정보를 공유 중이다.

■은행 책임 여부도 들여다봐

외화송금 업무를 취급한 은행에 대해서는 은행 직원들이 특금법, 외국환거래법상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액수와 상관없이 여기서 위법이 드러나면 은행은 강도 높은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은행들은 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에 관한 내부규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 직원들이 혐의거래의 유형을 숙지하고 창구에서 적절하고 신속하게 혐의 여부를 판단해 보고할 수 있도록 내부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별도의 내부감사체계를 구축해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적절하게 이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자체 진단도 실시해야 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자금세탁의 매개체로 이용되면 금융기관은 물론 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공공의 신뢰가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책임논란과 관련, 이 부원장은 "아직 제재에 대해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다만 은행권 시스템 문제는 이번에 검사가 끝나고 근본적으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외국환거래법이나 특금법이 모든 이상한 거래를 완벽히 축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살펴볼 기회가 있으면 보겠다"고 덧붙였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박소연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