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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또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발생"

해병제2사단서 선임병 구타·가혹 행위에 후임병 쓰러져
軍 측 구타·가혹 행위 인지했음에도 안이한 대처

군인권센터 "또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발생"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김형남 사무국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해병 제2사단에서 선임병의 가혹한 구타로 후임병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한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판정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2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자칫 잘못했으면 인명사고로 비화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해병대에 입대한 A일병은 지난 6월 22일에 초소 근무를 함께 서던 선임병 B상병에게 상습적으로 구타·가혹 행위를 당했다. A일병은 B상병의 강압에 의해 1시간 30분 동안 차렷 자세를 한 뒤 '긴장하겠습니다'를 100번 복창했고, 30~40분 정도 명치를 가격 당했다. A일병은 이 같은 구타·가혹 행위로 인해 사건 발생 30분 후쯤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급기야 숨이 멎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행히 중대장의 응급조치로 목숨은 건졌지만 인근 민간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더욱이 병원에 도착한 이후에도 A일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병대의 기수문화에 의해 병원에 가혹행위로 인한 외상 사실을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행한 해병대 간부들 역시 부대 내 가혹행위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상황을 보다 못한 A일병의 아버지가 병원에 부내 내 구타 사실을 알려 1달 간의 입원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A일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아 또다시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대 복귀 후 이어진 2차 가해가 원인이다. 응급실에서 복귀한 A씨는 해당 대대 주임원사 C씨에게 '이 정도면 많이 쉬지 않았냐'와 '일병 땐 누구나 다 힘들다', '정신력의 문제다' 등 사건의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언어폭력을 들어야만 했다.
다른 부대원 역시 C씨와 마찬가지로 '다른 동기들도 구타 맞았는데 왜 너만 그러냐'와 '솔직히 난 네가 응급실에 뭐 하러 갔는지 모르겠다' 등 A일병의 피해 호소를 꾀병쯤으로 취급했다.

김 국장은 "해병대에서 병영 악·폐습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구타·가혹행위를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부 간부들의 태도도 한몫한다"며 "해병대라는 이유로 인권 침해가 용인될 수 있다는 시대는 이미 예전에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에도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충격적인 구타·가혹 행위와 성고문, 식고문 등이 발생했지만, 해병대가 가해자의 인권보호 등을 운운하며 불구속 수사를 이어간 일이 있었다"며 "조직의 면면에 자리한 인권침해를 '그럴 수도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그릇된 인식이 뿌리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인권 침해는 사라지지 않을 것"라고 덧붙였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