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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출신들 "경찰대 개혁 공감하지만 갈라치기 의도 의심"

경란 사태, 경찰대 폐지론으로
이상민 장관 "경위 임관 불공정"

경찰대 출신들 "경찰대 개혁 공감하지만 갈라치기 의도 의심"
경찰청,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 출범 윤승영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 현판식에서 현판 제막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종민 경제범죄수사과장, 윤승영 수사국장, 최주원 수사기획조정관, 임경우 수사운영지원담당관, 박찬우 범죄정보과장. 사진=박범준 기자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초유의 '경란(警亂)' 사태의 배후 세력으로 경찰대 출신을 지목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행안부 업무계획에서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경찰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행안부에 대한 경찰 반발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경찰대 출신들의 입장은 어떨까.

28일 파이낸셜뉴스와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경찰들은 '경찰국' 설치와 관련한 행안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국 신설'과 맞물려 '경찰대 개혁'이 나온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찰대 개혁에 공감을 표하는 분위기였다. 1979년 경찰대 설치법이 제정되고 1981년 개교했을 당시와는 사회의 변화가 큰 만큼 경찰대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경찰대 출신임에도 폐지에 공감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먼저 경찰대 출신 경정 A씨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경찰대 졸업 후 초급 간부인 경위로 임관하는 것에 대해 자격 문제가 있다면 졸업시험 등을 통해 검증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입학 때 이미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고 4년 동안 교육을 통해서 경찰 조직에 맞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이 경찰대의 목적이지만 부족하다면 졸업할 때 한 번 더 걸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학생이었다가 갑자기 경위로 임관된다는 것에 공격을 많이 받는데 이런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경찰대 출신을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경찰대에 입학시켜서 초급 간부로 양성하는 방식으로 경찰대가 바뀌어도 괜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경찰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B씨는 "경찰대는 과거 부패하고 반인권 경찰의 일소하는데 그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며 "이미 (경찰대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 C씨도 "경찰대 폐지에 동의한다. 경찰조직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선 경찰대 폐지가 필요하다"며 "조직원 다수가 원한다면, 경찰대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폐지의 이유에 대해 C씨는 △입직 경로가 경찰조직 내 갈등을 유발 △대학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경찰대의 설립 취지 무색 △경찰 내 경찰대 출신 인재를 사후 관리할 시스템 미비 등을 꼽았다.

다만 경찰대 폐지가 등장하게 된 '시기' 대해서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경찰국 신설 문제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 이른바 '갈라치기'를 통해 경찰대와 비(非)경찰대 간의 내홍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C씨는 "현시점에 경찰대 개혁을 들고나온 것은 경찰조직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작전이다. 최근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경찰대 출신을 비판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요지는 '경찰대 출신이 정권의 경찰국 설치 강행에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관 D씨는 "경찰대 개혁 관련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오던 얘기"라며 "경찰대 개혁 이슈로 경찰 내부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류삼영 총경 등 경찰대 출신들만이 이번 사태로 움직인 것이 아니다.
경찰 내부 95퍼센트 이상은 한마음 한뜻으로 현 상황에 울분 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심은 순경 출신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었다.

순경 출신 경찰관 E씨는 "경찰대학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불공정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것으로는 경찰대 개혁의 명분이 안선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노유정 김동규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