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경찰 2.5% 불과한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 62% 독식
지난 23일 열린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계기로 경찰대 개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사진은 충남 아산시 황산리 경찰대학 본관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경찰국 신설 갈등이 경찰대 폐지 논란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현직 총경급 이상 고위직 경찰간부 중 경찰대 출신이 62%를 차지하는 등 특정 직군에 고위간부가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특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 반대 주도세력으로 사실상 경찰대 출신들을 거론하면서 향후 경찰대 폐지를 포함해 대대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고위직 독식' 경찰대 폐지론까지 불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장관은 지난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시험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7급에 상당하는 경위로 임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점을 거론하며 '경찰대 개혁'을 예고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전체 경찰관 13만2421명 중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5%(324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경찰서장급인 총경 이상 754명 중 경찰대 출신 비율은 62.2%(469명)에 달했다. 직급별로는 △총경 632명 중 381명(60.3%) △경무관 80명 중 59명(73.8%) △치안감 34명 중 25명(73.5%) △치안정감 7명 중 3명(42.8%)이다.
반면 경무관 이상에서 일반직 출신은 3명(순경 출신 2명·경장 특채 1명)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2.4% 정도다.
이는 경찰대 출신이 전체 경찰조직 중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총경급 이상 고위 간부직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경찰대 출신 인사들의 승진이 빠른 것은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순경 출신 경찰관이 근속승진을 하려면 순경→경장 4년, 경장→경사 5년, 경사→경위 6년 6개월이 각각 걸린다.
수사 지휘라인으로 올라갈수록 경찰대 출신의 독점 현상이 심화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경찰대 출신이 승진에 유리한 근무지 배치 등 보직 배정에서도 일반 출신보다 매우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월 기준 경찰청 본청 소속 경정 이상 계급 268명 중 61.1% 달하는 164명이 경찰대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서 경찰대학설치법 위헌 요소 주장 나와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조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이상민 장관식 표현대로라면 '경찰대학의 학사학위과정을 마친 졸업자는 경찰공무원법에 따른 경위로 임관한다'고 규정한 경찰대학설치법 8조가 위헌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강수산나(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경찰대학교의 위헌성 검토'라는 글에서 "어느 직역도 대학 졸업만으로 공직 취업이 보장되는 경우가 없다"며 "경찰대 졸업만으로 자동 경위로 임관되는 경찰대학설치법 제8조는 이런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강 부장검사는 "시험을 통해서 경위로 임관되는 경찰간부후보생과 경위 진급을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경사들과의 관계에서도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수능 성적만으로 경찰의 능력과 자질이 검증됐다고 볼 수 없으며, 경찰 입직과 승진에 있어 이러한 과도한 차별을 합리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승진 제도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8년 경찰대 개혁을 추진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개혁 성과를 구체적으로 따져본 뒤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경찰대 개혁 주요 내용을 보면 2021학년도부터 고졸 신입생 선발인원이 현재 100명에서 50명으로 줄고, 2023학년도부터 재직경찰관 25명, 일반대학생 25명 등 총 50명이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와함께 신입생 입학연령 상한도 현재 입학년도 기준 21세에서 41세로, 편입생은 43세로 완화해 다양한 경험을 갖춘 우수 인재들이 입학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바 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