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금리인상과 세계경기침체 우려로 외국인들의 신흥국 자본이탈이 사상 최장 기록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7월 30일(현지시간) 여행객들이 연료 부족으로 운행이 차질을 빚고 있는 열차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외국인들의 신흥국 자본이탈이 사상 최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들은 5개월 연속 순이탈을 기록해 사상 최장의 유출 흐름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강력한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2.25~2.50%로 끌어올려 캐리 트레이드 매력이 사라진데다, 전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를 높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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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이후 380억달러 이탈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 30일(이하 현지시간)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인용해 3~7월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380억달러(약 49조660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7월 중에만 105억달러가 이탈했다.
외국인 자금이 5개월 연속 빠져나간 것은 IIF가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IIF는 세계 주요 대형은행들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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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금융위기 위험도 고조
외국인 자본이탈은 신흥국 금융위기 위험을 높이고 있다.
지난 석 달 동안 스리랑카가 외국부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투자자들은 이들 외에도 신흥국이 이런 저런 위험에 노출돼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또 다시 발을 빼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상 그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 연준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흐름을 오판했다면서 강력한 금리인상에 나서자 경기침체 위험이 고조됐고, 이에따라 신흥국 자산 같은 위험자산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금리차를 노리고 신흥국 등의 고금리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트레이드는 매력을 잃고 있고, 이 돈들이 다시 미국 등 선진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돈이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채권 수익률은 상승해 신흥국들은 수입물가와 자본조달 비용 급등에 시달리는 등 상황이 더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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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롤러코스터'
코페이 선임 전략가 카르티크 산카란은 "신흥국들은 올해 정말 미친 듯한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여 왔다"고 우려했다.
JP모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외에도 올들어 신흥국 외국환표시 채권 펀드에서 지금까지 300억달러를 회수했다. 신흥국 외국환표시 채권 펀드는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신흥국들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자본이 이탈하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은 폭등하고 있다.
JP모간에 따르면 미 국채 수익률과 프론티어·신흥국 최소 20개국의 외국환 표시 채권 수익률간 격차(스프레드)는 현재 10%p 이상으로 벌어졌다.
스프레드가 이처럼 크게 벌어지면 신흥국들의 금융압박이 심각한 상태로 디폴트 위험 역시 높아지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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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급변
이전만 해도 사정은 크게 달랐다.
투자자들은 신흥국들이 팬데믹 충격을 딛고 급속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4월까지만 해도 브라질, 콜롬비아 같은 원자재 수출 신흥국들은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세 여파로 통화가치가 급등했다.
그러나 전세계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연준이 강력한 금리인상에 나서는 한편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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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 다르다
IIF 이코노미스트 조너선 포턴은 이전에는 이 같은 자본이탈이 있더라도 한 나라에서 빠지면 다른 나라들로 돈이 유입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한꺼번에 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포턴은 "이번에는 전반적인 하강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신흥국 자산이 곧바로 매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앱솔루트스트래터지리서치(ASR)의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애덤 울프는 "연준의 입장이 이전 흐름 당시에 비해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미 경기침체, 금융시장 불안정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연준의 의지 속에 신흥국 자산의 매력은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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