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대 석유메이저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올 2·4분기 사상최대 분기흑자를 기록했다. 영국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프랑스 토탈, 이탈리아 에니 등 유럽계 석유메이저들 역시 막대한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흐름에 힙입어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가 2월 24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또 한번 도약하면서 폭등세를 탄 덕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석유업체들이 고유가로 부당이익을 얻고 있다면서 가격인하를 촉구하고, 이들의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른바 '횡재세' '불로소득세' 논란이 가중되면서 석유업체들의 '부당이익' 환수 요구 압력이 심화할 전망이다.
엑손은 7월 29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2·4분기 순익이 179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캐피털IQ 자료를 인용해 시장전망치 169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라고 전했다.
엑손의 이전 분기흑자 기록은 2012년에 기록한 159억달러였다. 당시에도 유가가 급등했다. 셰브론도 같은 날 2·4분기 116억달러 순익을 내며 사상최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예상치 99억달러를 가볍게 제쳤다.
미 석유메이저만 사상최대 흑자를 낸 것이 아니다. 영국 셸도 28일 실적발표에서 2개 분기 연속 사상최대 순익을 발표했다. 2·4분기에는 115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도 같은 날 실적발표에서 2·4분기 순익이 1년 전보다 3배 가까이 폭증한 9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엑손, 셰브론, 셸, BP, 토탈 등 서방 5대 석유메이저는 2·4분기에 모두 500억달러(약 65조3500억원)가 넘는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석유메이저 에니도 29일 전년동기비 4배에 이르는 38억1000억유로 순익을 공개했다.
엑손과 셰브론은 특히 석유산업 가운데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정유사업에서 돈을 쓸어담았다. 유가가 사상최고치로 뛰었지만 비용을 크게 웃도는 차익을 더한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팔아 막대한 돈을 벌었다.
리서치업체 서드브리지의 피터 맥낼리 애널리스트는 정유사업은 엑손 사업부문 가운데 아주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면서 '정치적 비난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면서도 순익이 1·4분기에 비해 2배 가까이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인 지난해 1월 말에 비해 2배 넘게 폭등했다.
석유메이저들의 막대한 흑자는 정치권의 공격 속에 각국의 불로소득세 입법 요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지난달 엑손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면서 "모두가 엑손의 순익에 대해 샅샅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엑손을 공격했다.
엑손과 셰브론은 수요확대에 맞춰 공급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적발표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지출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신 막대한 흑자를 자사주 매입과 주주들에 대한 배당 확대에 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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