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 美 긴축 영향 진단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지원 '착시'
아직까진 드러난 리스크 적지만
美 따라 금리인상 속도 높일땐
다중채무자 등 연체율 급등 우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0.75%p 한 번에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두 달 연속 나서면서 서민의 빚 부담도 늘고 있다. 연준을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취약차주 연체율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착시로 연체율 급증세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봤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그간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당초 연체로 잡혀야 하는데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만큼 자영업자 금융지원이 만료되는 올 9월 이후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美 자이언트스텝에 이자부담↑
7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국내 차주의 이자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은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한미 금리역전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미국 금리인상은 원·달러 환율을 높여 코픽스를 끌어올린다. 환율이 높아지면 투자자본이 해외로 이탈하게 되고, 이를 잡기 위해 국내 채권 금리는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코픽스는 주담대 등 변동금리의 산정기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세가 거세고, 외환시장에서 통화가치 하락 압력이 있으면 기준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금리가 0.75%p 인상되면 미국의 시장금리, 채권 금리가 오른다"며 "이 때문에 미국 금리가 많이 오르면 우리나라 금리가 오르지 않아도 환율상승 압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문제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서울 강동구갑)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개인사업자 가운데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율은 지난 2019년 12월 16.4%에서 지난 3월 33.3%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배 넘게 늘었다. 또 앞선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코픽스는 지난달 2.38%로 최고치를 기록, 연내 기준금리 3%와 8%대 주담대까지 내다보고 있다.
서 교수는 "차주 가운데 변동금리 이용비중이 80%가까이 된다"며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없는 차주의 이자부담이 특히 커진다"고 전했다.
■명목-실질 연체율 달라
전문가들은 당장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은행의 건전성 후폭풍은 크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은행권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고 있으며, 정부와 금융당국도 취약차주를 겨냥한 코로나19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경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위원은 "금리가 많이 오르면 대출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미루 부연구위원은 "자영업자 금융지원이 만료되는 올 9월 이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2년 넘게 지속된 자영업자 금융지원으로 은행들의 건전성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2·4분기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평균 0.17%로 전분기 대비 소폭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 배경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 여러 조치가 있었고 정책 자금이나 유동성 공급도 굉장히 많이 된 영향"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은행 부실이 일시에 가시화되지 않도록 더 정교한 지원 주체 선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유예 이후 갚을 수 있는 차주에 한해서는 유예를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동성 문제인지 정말 영업이 안 돼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지를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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