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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샤워장 온수 공급까지 끊는 유럽

[테헤란로] 샤워장 온수 공급까지 끊는 유럽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유럽의 에너지 파동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러시아는 마음에 안 드는 유럽 국가에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끊거나 줄였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유럽 국가와 도시들은 에너지 절감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불볕더위로 고전하고 있는 유럽은 벌써부터 겨울에 유럽의 공장과 기업, 가정에 가스배급이 실시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량 감소에 다시 석탄 사용을 늘리고 가스 확보 외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까지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의 40%가 러시아산인데, 유럽대륙 최대 경제국 독일은 55%로 더 높은 의존도를 보여왔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발트해 밑에 매설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이용한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 대한 공급량을 20%가량으로 줄였으며, 그 결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최고치 가까이 치솟았다.

아직 여름이지만 벌써부터 겨울에 필요한 천연가스를 비축해둬야 하는 EU는 회원국들이 11월 1일까지 가스 저장시설의 80% 이상을 채울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현재의 가스 소비를 줄임으로써 현재 약 65%인 저장률을 목표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EU는 또 앞으로 러시아산 가스 수요를 내년 3월까지 자율적으로 15% 줄인다는 목표를 정했다. 돌아오는 겨울이 혹시라도 온화해 가스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최대 가스 소비국인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이 이어지기를 바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독일 도시 중 하노버는 급기야 가장 먼저 지난달 28일 야외수영장 샤워장과 공공건물, 운동경기장 화장실에서 온수 공급을 중단했다. 공공건물들은 앞으로 매년 4월부터 9월 말까지 모든 난방 공급이 중단되며 간이 냉방이나 난방기구 사용도 금지된다.

야경을 위해 켜온 건물의 외부조명등도 끄도록 했으며 아우크스부르크 같은 도시들은 시내 분수대 가동을 중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유럽의 가스대란에 대해 진정한 첫 글로벌 에너지 사태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랍권 뉴스채널 알자지라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 차단이 아시아의 에너지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겨울을 앞두고 유럽 국가들의 천연가스 사재기 규모가 증가하면서 그동안 가격이 비싸서 선호도가 낮았던 액화천연가스(LN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한국 등 아시아의 가스 수입국들을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가스 소비국 중국까지 겨울용 가스 구매에 적극 나선다면 아시아의 공급불안은 더 커질 전망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경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