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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의무휴업 대형마트의 희생양 노릇 이젠 그만

'국민제안' 10건 중 톱차지
일본, 프랑스는 제한 없애

[fn사설] 의무휴업 대형마트의 희생양 노릇 이젠 그만
대통령실이 지난 달 31일까지 국민제안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진행, 1위로 '대형마트 월2회 의무휴업 폐지'가 선정됐으나 어뷰징 사태로 이번에는 탑10을 선정하지 않겠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모습. /사진=뉴스1화상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대통령실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0개 안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다만 방해 투표가 많아 톱3 선정은 하지 않았다고 1일 밝혔다.

지난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매월 이틀은 문을 닫아야 하고 전통시장 반경 1㎞ 내 3000㎡ 이상 점포 출점이 제한된다. 의무휴업일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다.

대형마트에 족쇄를 채운 지 10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목표 달성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전통시장 매출이 예상만큼 늘지 않았고, 일요일에 장을 보는 맞벌이부부 등 소비자의 불편은 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쉬는 날에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휴무로 발생한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선택권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유통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스마트폰 보급과 비대면 시대 도래로 오프라인 시장은 온라인으로 급속히 옮겨갔다. 대형마트 규제에 편승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경쟁 상대도 없이 급성장했다. 지난 10년간 소매업 총매출에서 대형마트 비중은 14.5%에서 8.6%로, 전통시장 등은 40.7%에서 32.2%로 동반 하락했다. 반면 온라인과 홈쇼핑은 13.8%에서 28.1%로 배 이상 늘었다. 전통시장의 적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 유통업체들인 셈이다. 규제의 반사이익을 온라인 업계가 보고 있는 것이다. 역차별이며 불공정이라는 대형마트 업계의 볼멘소리도 틀린 게 아니다.

우리와 사정이 같지는 않지만 유통업체를 규제했던 일본과 프랑스는 영업제한을 없앴다. 미국도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국회는 이런 시대의 변화와 세계의 조류를 읽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다. 더 강도 높은 규제들이 발의돼 현재 1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의무휴업, 입점제한 규제를 복합쇼핑몰, 백화점, 교외형 아울렛, 면세점, 프랜차이즈 체인점까지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를 풀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의 국회가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의 입점업체들도 소상공인이다. 의무휴업이 전 오프라인 업체로 확대되면 일자리 5만여개가 사라진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다.
소상공인을 살리려면 규제보다는 자생력을 높여줘야 한다. 전통시장은 상품의 차별화와 맛집 거리 조성 등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한 영업방식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대형마트를 희생양으로 삼을 시대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