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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KB국민은행 노조가 먼저 발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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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KB국민은행 노조가 먼저 발끈한 이유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노조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열린 KB국민은행 '불법적 임금피크제' 규탄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nowwego@yna.co.kr


[파이낸셜뉴스]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4일 금융권 최초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진행하면서 다른 금융사도 노사 간 소송전으로도 번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금피크제 진입 직원들의 임금은 삭감됐지만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는 줄지 않았다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임금 삭감분 반환 청구 소송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일단 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형은행 노조는 사측과 협상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KB노조 '임피제에도 업무 그대로'
이날 국민은행 노조는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부당하게 삭감된 임금의 반환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의 소송전에 돌입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이 적절한 조치가 없는 임금피크제는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에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직원들은 개인당 많게는 1억6000여만원, 적게는 7000여만원의 임금이 삭감됐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업무 강도 완화, 정년 연장 등 적절한 조치 없이 나이만으로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반대로 말하면 업무 강도가 바뀌거나 정년 연장 등 적당한 조치가 있으면 위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갔지만 업무 강도가 조정되지 않은 직원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임금피크제 직원인데도 영업점 창구에서 일하는 등 이전과 같은 수준의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류제강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015년 임금피크제에 대해서 마케팅이나 여신 사후관리 또는 관리 담당 업무 등 후선업무에 국한해서 부여하기로 노사 간 합의를 한 바 있다"며 "하지만 현재 임금피크제 적용받는 343명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133명이 현직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국민은행 직원은 40여 명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343명 중 12% 수준이다.

국민은행 노조와 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의 문제점 공론화를 위해 꾸준히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박한진 금융노조 사무총장도 "금융노조는 KB국민은행 지부를 시작으로 다른 지부들과 함께 소송 등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사측과 추가 협상'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크게 싸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은 임금을 줄이는 대신 후선배치 등을 통해 업무량과 강도를 낮추는 등 노사 합의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희망퇴직·명예퇴직 조건이 임금피크제보다 나아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기 전에 퇴직을 택하는 경우도 많아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임금피크제 적용자는 725명이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에 관한 대법원판결이 달라진 만큼 사측과 협상할 부분이 생긴 정도"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특히 임금피크제가 부각되는 이유는 금융권이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정착시킨 산업군이어서다. 연공 서열 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용 유지'와 '임금'을 교환하는 임금피크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사업체 노동력부가조사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용하는 사업체는 34만7000여개 중 22.0%(7만6507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금융권만 보면 이 비율은 63.6%로 크게 뛰어오른다.

금융권에서는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을 시작으로 2005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잇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대부분 만 55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정년을 만 60세까지 늘린 뒤 매년 임금을 순차적으로 깎는 정년 연장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