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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애써 구했는데…" 노심초사하는 대학생들

확진자 연일 10만명…비대면 수업 전환 여부 촉각


"자취방 애써 구했는데…" 노심초사하는 대학생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정문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검역소가 방학 동안 운영을 하지 않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숙명여대 음악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채모(22)씨는 졸업공연을 앞두고 걱정거리가 생겼다. 만약 학교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방역 강화조치를 결정한다면 4년을 준비한 졸업 공연이 무관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씨는 "이제 코로나를 감기처럼 대하고, 대학은 확실한 대면 기조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서강대학교에 다니는 정모(22)씨 등 또 다른 일부 학생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미 약 2년여간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데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쓸 수있다는 장점을 들어 비대면 수업의 연장을 희망했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기며 재유행 조짐을 보이자 개강을 앞둔 대학생들이 비대면 수업 전환 여부를 놓고 노심초사해 하고 있다. 대면수업 진행 중에 갑자기 학교측에서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 비대면으로 전환하면 자취방 계약을 비롯해 수강 일정, 채씨처럼 졸업공연을 앞둔 졸업생 등 대학생활 전반에 걸쳐 일정이 꼬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대로 된 대학생활 하고 싶다" 대면수업 선호

채씨처럼 자신의 일생일대를 좌우할 졸업공연에 많은 공을 들인 경우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다. 자아실현을 위해 촌각을 다퉈가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는데 코로나 재유행으로 무관중으로 진행된다면 자칫 공연의 의미가 축소될 수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막바지까지 졸업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채씨는 지난 6일 기자에게 "자칫 코로나19 방역이 강화돼 졸업공연 입장객이 제한되거나 무관중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특히 지방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에 다니기 위해 올라와 자취방을 구할 수밖에 없는 자취생들은 주거 등의 이유를 들어 내심 대면기조 유지를 바라고 있다.

경상도에서 올라와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한국항공대 김모(25)씨는 학기를 앞두고 자취방을 계약할 때 고민이 많았다며 대면수업을 선호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대면·비대면 기조가 전환되면 방 구하는 게 쉽지 않거나, 어렵게 구한 자취방 계약을 취소해야 하는 등 돈 낭비를 하게 된다"고 했다.

대학 특유의 낭만과 친구들과의 교류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학우들도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성균관대 재학중인 이모(23)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니) 선후배 관계도 흩어지고, (동아리 등) 대외활동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며 대학생활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학업·알바시간 효율적 활용 가능" 비대면 선호

반면 이미 익숙해진 비대면 수업에다 등하교시 소요되는 교통비, 용돈 등을 절약할 수있고, 오히려 본인 일정에 맞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비대면 유지 또는 확대를 은근히 바라는 학생들도 상당수였다.

수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는 김모(25)씨의 경우 학교측의 전면 대면 강의 계획을 듣고 교통비, 식사 등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날 것에 대비,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김씨는 "학교 측에서 전면 대면 수업계획을 발표했다가 개강 직전 철회한 적도 있고, 통학 버스 등 편의시설은 완전히 원상 복구되지 않았다"며 "대면 전환시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어 비대면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강대학교에 다니는 정모(22)씨도 비대면으로 바뀌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본인 일정에 맞춰 효율적으로 쪼개쓸 수있다는 입장이다. 정 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비대면 기조) 연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자취방 애써 구했는데…" 노심초사하는 대학생들
서울 동작구 소재 중앙대학교 캠퍼스가 방학을 맞아 매우 한산한 모습인 가운데 학교측은 코로나 19 재유행 조짐에 따라 일단 대면기조는 유지하되 만일의 상황에 대비, 자체 방역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사진=주원규 기자
대학측, 2학기 대면수업 기조 속 탄력 운영

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0만5507명으로 집계됐다. 전주 동일(지난 31일) 7만3565명에 비해선 3만1942명, 1.43배 많은 수치다.

이처럼 확진자 규모가 커진 만큼 확산세를 막기위해 과거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나 비대면 수업 등을 통해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단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은 대면수업 기조를 유지하면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방역당국의 조치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연세대학교와 중앙대학교는 지난 달 발표한 '2학기 학사운영 계획 안내'를 통해 대면 강의를 유지하되 일부 수업을 비대면 강의로 운영한다고 전했다.

연세대의 경우 '감염병 사태에 따라 모든 또는 일부 수업을 비대면·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음'이라는 안내를 덧붙였다. 중앙대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강의를 일시적으로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교육부에서도 지난 4일 대학교 2학기 학사 운영 지침을 통해 대학에서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되 대면수업을 원칙으로 수업을 개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불가피하게 비대면 수업을 진행할 경우 방역목적이 아닌 교육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만 개설·운영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필요시 감염병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 수정된 방침을 안내할 수도 있다"며 "현재 정한 지침은 8월 말 유행 정점시 약 20만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 하에 작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