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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풀렸어도 DSR서 막혀 대출 포기" 한산한 은행 창구 [현장르포]

규제 풀어도 대출 안받는다
시중은행 영업점
생애 첫 주택 대출완화 일주일
"마통 때문에 추가로 못빌려"
"혜택 받더라도 이자 낼 걱정"

"LTV 풀렸어도 DSR서 막혀 대출 포기" 한산한 은행 창구 [현장르포]
지난 5일 방문한 서울 중구 우리은행 남대문지점의 개인대출 창구. 이곳을 비롯해 서울 중구 일대 은행들의 대출창구는 예·적금창구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동찬 기자
"보통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시행되기 보름 전부터 전화가 많이 오는데 이번에는 문의가 별로 없네요. 은행으로 직접 방문하시는 분도 간간이 있는데 실제로 대출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어요."(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은행원)

지난 5일 찾은 서울 중구 일대 은행들의 대출창구에서 만난 은행 관계자들의 반응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했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현장은 썰렁했다. 간간이 대출창구를 찾는 사람들도 보였으나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높은 금리 탓에 실제로 대출이 성사된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가계대출규제 관련 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며 생애최초 LTV 상한을 주택 지역과 가격, 대출자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확대했다. 대출한도도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높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DSR 규제로 LTV 완화 효과를 크게 느낄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실제 대출창구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34)는 "LTV가 80%까지 완화돼 방문했는데 마이너스통장 때문에 원하는 만큼 대출이 안 나온다"면서 "DSR 규제를 함께 풀어줘야 LTV 완화 혜택도 누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지난 7월부터 강화된 DSR 규제에 따르면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대출을 받을 수 없다. 생애최초 LTV 완화 혜택을 받기 위해 대출을 문의해도 DSR에 걸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유모씨(39)도 "알아본 아파트 매매가가 7억5000만원 정도라 80%에 해당하는 6억원을 대출로 마련하려고 방문했지만 실패했다"면서 "상담해보니 DSR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대출은 매매가의 50% 정도로 3억원이 좀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높아진 대출금리에 이자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대출상담을 마치고 나온 박모씨(29)는 "생애최초 LTV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대출금리가 걱정"이라며 "당분간은 금리가 계속 오를 거라고 하는데 금리가 내려간 이후에 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은행권도 금리인상 탓에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 반응이 미지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은행 관계자는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의 금리는 3% 미만이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절반 정도이지만 향후 금리 추세와 연동되기 때문에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LTV를 완화했어도 대상이 한정됐고, 또 집값 자체가 많이 빠지다 보니까 실제로 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금리도 앞으로 많이 오를 텐데 그 부분에 대한 부담도 좀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이 정책으로 부동산시장 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처럼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었으면 LTV만 풀어줘도 효과가 컸을 테지만 지금은 금리인상, 집값하락 등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DSR 규제를 풀어주면서 부동산경기 전체가 올라가야 사람들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