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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이어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중국산' 배제

새 전기차 세액공제 법안에서 반도체처럼 중국산 배터리 배제
업계에서는 세제 해택 적용 범위가 너무 좁아진다며 반발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은 유리해져, 韓 기업 미국 생산 늘려야

美, 반도체 이어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중국산' 배제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의 배터리 공장.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방위로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 의회가 지난달 반도체에 이어 이달 전기차 지원 법안에서도 중국 제품을 배제하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시장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배제하면 현실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수 없다며 정치 논리에 실리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은 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전날 미 상원을 통과한 ‘물가 상승 감축 법안’을 분석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는 정권 초부터 친환경 전환과 사회기반시설 확대를 내세우며 ‘더 나은 재건(BBB)’ 계획을 추진했으나 야권의 반대로 계획을 축소해 물가 상승 감축 법안으로 재편했다.

현지 매체들은 새 법안에 포함된 전기차 구입 세액공제 규정에 주목했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을 50%로 높일 계획이다.

미국의 전기차 구매자는 법안이 발효되면 차종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978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나 우려 국가의 광물을 포함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우려 국가가 아닌 곳에서 만든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하더라도 조건이 붙는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구매하려는 전기차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제련한 광물을 2024년 기준으로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해당 비율은 2027년에 80%로 올라가고 2028년에는 100%까지 상승한다. 배터리에 쓰이는 부품 역시 내년 기준 50% 이상이 북미에서 생산된 경우에만 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2027년에는 해당 비율이 80%까지 오를 예정이다.

미 의회는 지난달 처리한 반도체 육성 법안에도 비슷한 제한을 끼워 넣었다. 지난달 28일 미 하원을 통과한 '반도체 칩과 과학' 법안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장하거나 신축하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미 의회는 보조금을 지급하되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신축하거나 확장하는 기업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배터리 지원책 역시 반도체 지원책과 마찬가지로 중국산 제품을 억제하고 미국산 제품을 육성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이러한 의도가 현실성이 없다고 내다봤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현대차·도요타 등을 대표하는 업계 단체인 미국 자동차혁신연합의 존 보젤라 대표는 “이 기준대로 하면 현재 미국 내 72개 전기차 모델 중 70%는 보조금에서 탈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전기차도 완전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며 “자동차 업계가 미 중서부·동남부를 중심으로 광물 조달을 위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건 하룻밤 사이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젤라는 정치권의 선택에 대해 “이번 조치는 중대한 시기에 기회를 놓치는 짓”이라며 “소비자들이 놀람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미국 전기차 기업들은 새 법안에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미국 테슬라의 주가는 새 법안이 공개된 지난주 이후 약 10% 올랐고 같은 기간 GM의 주가도 8% 뛰었다. 리비안과 포드의 주가 역시 각각 19% 가까이 올랐다. 한국 기업의 경우 세액공제로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큰 미국 생산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