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다음주 관련법 표결 예정
행정부·연준 유보적…은행은 반대
백악관 '경제 파급력' 연구 지시
미국 의회가 중국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디지털 달러를 신속하게 도입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 등이 도입되면 지금의 달러 기축통화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 도입 논의 급물살
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맥신 워터스(민주·캘리포니아), 프렌치 힐(공화·아칸소) 등 미 양당 하원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준이 디지털 달러 도입 속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 두 의원이 소속된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 관련 법안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워터스 의원은 각국 중앙은행간 디지털 통화 발행 경쟁을 '새로운 디지털 자산 우주 경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은 디지털 달러 도입이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 당면한 문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둔화이지 디지털 달러 도입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해왔다.
파월 의장은 또 달러가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감안할 때 디지털 달러 도입은 서두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파월은 아울러 대통령과 의회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지지하지 않는 한 독자적으로 디지털 달러를 발행할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백악관은 중립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디지털 달러가 경제성장과 안정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해 우선 연구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비용이 편익 앞질러" 은행들은 반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인 워터스는 이미 법률 초안을 내놨다. 연준이 디지털 달러에 관해 연구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다. 연준의 기존 연구에 더해 미국이 미래에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는 절차에 관해서도 연구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업계는 비용이 편익을 앞지른다며 반대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달러가 도입될 경우 민간 은행 예금과 직접 경쟁해 대출 금리가 오르도록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러는 약 100년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했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달러 결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달러도 디지털화 하지 않으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한 편에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위안을 기축통화로 끌어올리는데 실패한 중국이 디지털 위안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디지털 위안이 달러의 지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디지털 달러는 전자결제가 대중화된 현재의 결제 비용을 크게 낮춰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국경간 자금 이동 비용을 낮춰준다. 옹호론자들은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 실업급여 등이 더 빠르고 안전하게 각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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