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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겨냥한 왕이 "공급망 지켜야"… 박진 "中 우려 해소할 것" [왕이 만난 박진]

박 장관 "中과의 경제협력 강화"
美, 韓 제재땐 中도 타격 설득
공급망 배제 의도 아님을 강조
왕이 "내정 간섭말아야" 견제구

칩4 겨냥한 왕이 "공급망 지켜야"… 박진 "中 우려 해소할 것" [왕이 만난 박진]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열린 재중국 교민·기업인 화상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베이징=서영준 기자 정지우 특파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이른바 '칩4'에 대해 논의했다.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칩4가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9일 오후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 위원과 회담을 갖고 칩4 가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재 한국은 미국이 제안한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칩4 동참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지만 칩4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보기 위함이다.

■중국의 '칩4 우려' 해소 나서

중국은 한국의 칩4 동참을 견제하고 있다. 이에 박 장관은 왕 위원을 만나 중국이 칩4에 갖고 있는 우려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전날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만약 우려가 있다면 해소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칩4 동참을 위해 전문가들은 칩4에 가입해야 중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칩4 가입 거부로 미국의 제재에 한국이 포함될 경우 한국산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하는 중국 첨단산업계 전체도 멈춰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TSMC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TSMC 생산 시스템반도체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경제보복에 반도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이런 속내가 반영됐다. 대만이 칩4에 포함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만을 보호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오히려 파괴나 압박 표적이 된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시스템반도체의 대만 TSMC와 메모리반도체의 삼성이 양분하고 있으며 중국도 저가의 구형 반도체를 빼면 한국과 대만 의존도가 높다"면서 "중국 최고지도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경제보복조치 때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계속해서 이런 점을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협력 지속 강화…양국 도전 직면

회담에 앞서 박 장관은 재중 교민·기업인들과 화상간담회를 통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박 장관은 "금년에는 5월 이후에 28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국 교역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있었다"며 "양국 관계가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중 경제협력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박 장관은 "국제질서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미국,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교역질서도 변화하고 있다.
공급망도 재편되고 있다.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불안 요소들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상호 존중에 기반해서 한중 관계를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해서 그간 중단됐던 정부 간의 협의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려고 한다"고 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