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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등 중부유럽에 러 석유 공급 중단

[파이낸셜뉴스]
체코 등 중부유럽에 러 석유 공급 중단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에 석유를 운송하는 드루즈바 남부 송유관 가동이 중단됐다고 러 송유관 업체가 9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5월 12일 헝가리 몰(MOL) 그룹 산하 도나우정유설비의 드루즈바 송유관. 로이터연합

유럽 중부의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에 대한 러시아 석유 공급이 끊겼다.

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중부 유럽으로 석유를 운송하는 핵심 송유관 가동이 중단됐다. 지급결제 방식을 놓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중부 유럽 국가들에 불똥이 튀었다.

5일전 우크라이나가 공급 끊어
러시아 국영 송유관 업체인 트란스네스프트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정유시설로 연결되는 드루즈바 남부 송유관 석유 운송이 닷새 전에 중단됐다고 밝혔다.

트란스네프트에 따르면 가동 중단 책임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에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나는 송유관의 특성상 우크라이나에 이용료를 지불하고 중부유럽으로 석유를 보내지만 EU가 경제제재로 대금 지급을 중간에 막아 우크라이나가 송유관 가동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 국영 송유관 업체인 우크르트란스나프타에 송유관 사용료를 선결제한다. 지난달 약 1500만달러를 납부해야 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에 배럴당 1.61달러를 송유관 사용료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트란스네프트에 따르면 EU의 경제제재로 대금 납부 길이 막혔고, 이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송유관을 막아버렸다.

트란스네프트는 송유관 사용료를 처리하는 유럽 은행들이 이번에는 제 때 돈을 받지 못했다면서 EU 규제당국이 방침을 정하지 못해 오락가락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EU를 비판했다.

EU는 트란스네프트를 포함해 러시아 국영 기관과 연관된 금융거래는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거나 송유관,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들여오는 것 자체는 막지 않지만 그 대금을 러시아 국영기업에 지불하는 것은 막고 있다.

체코·헝가리·슬로바키아 전전긍긍
러시아 석유 공급이 차단된 체코 등 중유럽 3개국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유럽 3개국이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수입한 석유는 하루 평균 31만8000배럴에 이른다. 1년전 하루 24만6000배럴에서 30% 가까이 늘었다.

케이플러의 빅토르 카토나 애널리스트는 이번 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특히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카토나는 수일 안에 송유관 가동이 재개되지 않으면 이들 두 나라는 석유재고가 바닥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지는 의혹
체코 산업통상장관 요제프 시켈라는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핑계를 대고 석유 공급을 끊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시켈라 장관은 사태 해결을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와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위기가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 고조인지 아니면 지급결제를 둘러싼 기술문제 때문인지는 앞으로 수일 안에 드러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러시아는 그동안 EU의 경제제재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석유·가스 공급을 축소해왔다.

지난주에는 서방의 제재로 가스관 운용에 필수적인 터빈을 수입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핵심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1 가스관의 가스공급을 절반 감축했다. 가스 공급이 예년 수준의 20%로 줄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유럽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벌하려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대가를 유럽 국가들이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송유관 드루즈바
드루즈바 송유관은 옛 소련 당시인 1964년 개통됐다.

당시 소련이 이 송유관을 통해 공산주의 동맹국들에 석유를 공급했다.

이후 드루즈바는 유럽 에너지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같은 중요성으로 인해 EU가 오는 12월부터 러시아 석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드루즈바 송유관은 예외로 인정됐다.

드루즈바 가동 중단 소식에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8% 상승해 98.4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편 드루즈바 북부 송유관은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와 독일로 연결된다. 이 송유관은 아직 막히지 않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