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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BI, 트럼프 자택에서 문서 12상자 가져가...정치 공방 가열

트럼프 변호사 "FBI가 대통령 자택에서 문서 12 상자 가져가"
2024년 대선 노리는 트럼프, 유죄 판결 받아도 출마 자체는 가능
공화당, 사상 초유의 전 대통령 압수수색에 맹공

美 FBI, 트럼프 자택에서 문서 12상자 가져가...정치 공방 가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러라고 자택 수색 다음날인 9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대 최초로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가운데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수색을 강행한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의 집에서 12개의 문서 상자를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변호인 중 하나인 크리스티나 보브는 9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전날 진행된 압수수색에 참관했다고 말했다. FBI는 8일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가 리조트 내 트럼프 거주구역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FBI가 전임 대통령을 상대로 진행한 첫 압수수색이었다. 수색 당시 트럼프는 자택에 없었다.

보브는 수색영장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기록물법 등 기밀 자료 취급에 관한 규정 위반 혐의가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1978년 제정된 대통령 기록물법에 따르면 특정 인물이 대통령 재임 당시 모든 자료는 국가에 귀속되며 당사자가 함부로 보관하거나 처분할 수 없다. 미 언론들은 이번 수색이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동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연방 하원 특별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기록물 일부가 훼손되고, 일부는 마러라고 리조트로 반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반출 자료에는 '국가기밀'로 표시된 문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국립기록문서관리청(NARA)이 이미 지난 1월에 마러라고의 트럼프 자택에서 상자 15개 분량의 대통령 기록물을 회수했으며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색은 당시 회수된 문서 외에 다른 문서들이 마러라고 자택에 남아 있는 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보브는 FBI가 이번 수색에서 상자 12개 분량의 문서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는 미 법무부 관계자가 지난 봄부터 마러라고에 보관중인 문서와 관련해 트럼프 변호인단과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변호사들은 마러라고의 문서 보관실에서 상자 24~36개 분량의 문서를 점검한 뒤 대통령 기록물의 기준에 맞는 문서 몇장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보브에 의하면 트럼프는 지난 6월 3일에 마러라고 자택을 방문한 법무부 고위 관계자에게 가지고 있던 특정 문서들을 보여줬다. 트럼프 측근들은 법무부 관계자가 문서 보관상태의 허술함을 지적하자 추가로 보안장치를 설치했다. 보브는 8일 FBI 수색 이후 해당 장치가 망가져 열려 있었다고 밝혔다.

오는 2024년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트럼프는 이번 수색 결과 위법 행위가 발견되어도 당장 출마에는 지장이 없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정부 문서를 임의로 이를 은폐했다는 혐의를 적용하면 연방법에 따라 범죄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헌법상 35세 이상의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라면 미국에 거주한 지 14년 이상일 경우 유죄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출마할 수 있다.

압수수색 당시 민주당 정권을 비난했던 트럼프는 9일 새로운 영상을 공개하며 2024년 대선 출마를 암시했다. 그는 동시에 지지자들에게 모금 e메일을 보내 정치적 박해를 막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에서도 이번 수색을 비난하며 민주당 정부를 비난했다. 현재 공화당을 이끌고 있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는 9일 성명에서 “미국민들은 8일 발생한 사건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해명을 들어야 한다”며 법무부를 비난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8일 조치는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렸으며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왜 이런 조치를 취했는지 미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그 즉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백악관은 FBI의 수색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는 어제 미국 대중들과 똑같이 알게 됐고, 우리는 이번 움직임에 대해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무장관이나 바이든이 이번 수색을 허가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장 피에르는 "법무부는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우리는 어떠한 법 집행에 관한 사항도 법무부에 일임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도 NBC에 출연해 "휴대전화를 보다가 압수수색 소식을 알게 됐다"며 "우리는 법의 지배를 믿는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