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8~9일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집중된 곳은 '강남'이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일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고이는 침수와 천장 누수, 정전 등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행여 집값이 떨어질까 우려돼 입주민들은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지하철 사당역, 삼성역, 이수역, 대치역, 광명사거리역, 신대방역, 상도역, 서원역, 선릉역, 동작역, 구반포역 등이 침수됐으며 개포, 일원, 구반포, 금하, 염곡동서, 구로역, 구로, 목동교 서측, 신길, 동작, 신원지하차도 등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집중호우는 특히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도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서초동 A아파트 주차장도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인근 서초구 반포동 B아파트는 주차장에 물이 가득 차 차량 절반이 침수됐고, 서초동 G아파트는 주차장 입구와 주차장 내부, 일부 벽에도 빗물이 새고 물이 흘렀다. 송파구 E아파트의 경우 폭우로 인해 지하주차장 길목에 물이 고였다. 강남 대치동 F아파트 일부 동에는 12시간 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지하실이 완전히 침수되면서 전기 설비 작동이 멈춘 것이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이들 단지는 전용 84㎡ 거래가가 30억~40억원에 달한다. A아파트는 지난 6월 전용 264㎡가 최고 거래가인 72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2~3개동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침수됐는데도 관리사무소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숨기기에 급급했다"면서 "한 집당 수억원인 수퍼카를 2~3대 보유한 차주들이 많아 침수로 인한 피해금액이 막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B아파트 입주민도 "지하주차장 침수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고, 일부 가구에서는 천장에 물도 떨어졌다"면서 "누전 우려가 있어 에어컨을 틀지 말라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말했다. 송파구 E아파트 입주민은 "지하주차장이 수영장이 되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물이 몰아쳤다"며 "건설사에 적극적으로 하자 사실을 알려서 빨리 고쳐야 하는데 집주인들이 전세가 안 나갈까봐 숨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A동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누전, 감전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안내글에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지 말아달라"는 입주민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강남이나 서초 일대 재건축을 앞둔 노후 아파트 소유주들은 배수시설 확충 등 기반시설 공사를 꺼리는 탓에 장마 때마다 똑같은 수해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고 있다. 큰 피해를 입고도 보수나 정비를 할 경우 재건축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일부 소유주들의 민원이 적지 않아서다.
또한 최근 유행하는 한강변 아파트, 고급 아파트로 칭송받는 커튼월(강철로 이뤄진 기둥에 유리로 외벽을 세운 방식), 화강암 및 대리석 마감재 등의 건축문화가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감당하기에는 안전상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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