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사익편취 우회로 차단… ‘두집 살림’ 재벌 총수 직격탄 [공정위 "사실혼도 친족"]

공정거래법 시행령 입법예고
자식 있는 사실혼 배우자 친족 포함
소유 회사·지분 관계 등 공개 임박
SM 등 영향권… 롯데는 해당 안돼
사외이사 지배회사 원칙적 계열 제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축소함에 따라 국내 재벌 친족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혼 배우자가 친족 범위에 포함되면서 그간 '두집 살림' 논란이 있어 왔던 삼라마이다스(SM)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쉬쉬 했던 총수들의 사실혼 관계가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됐다는 점이 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실혼 관계 배우자 소유의 회사와 거래 및 지분 관계등도 공개 대상이다.

■SM그룹 영향권…롯데는 해당 안돼

10일 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가 총수의 친족 범위에 새로 포함된다. 민법상 친생자 관계가 파악되는 사실혼 배우자만 포함되며 모계에 등재한 경우는 사실혼 관계로 인정받지 못한다.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을 검토한 이유는 롯데그룹과 SM그룹 사례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고(故) 신격호 회장과 서미경씨, SM그룹은 우오현 회장과 김혜란씨 등이 사실혼 관계에 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티앤씨재단(T&C) 대표와 공동으로 재단을 설립한 상태다.

시행령이 개졍되면 우선 SM그룹 2대 주주 격인 김혜란씨가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씨는 현재 관련자가 아닌 상태지만 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검토를 거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영 T&C재단 대표는 내년 5월 대기업집단 지정부터 실무 확인을 거쳐 친족 범위에 들어올 것으로 공정위는 전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SK그룹의 경우 이미 T&C재단, 공익법인 자체가 관련자로 들어와 있고 김모씨가 재단 이사장을 하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과 관련없이 동일인 관계자로는 이미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영향권에 들지 않을 전망이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롯데는 이미 신격호 회장이 돌아가셨고 지금은 신동빈 회장이 동일인"이라며 "서씨는 (시행령이) 개정되고 나서도 사실혼 배우자로서 신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다만 서씨의 자제는 이미 법률상 롯데가의 일원이고 이미 친족으로 신고도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윤 부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은 규제를 축소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예외적으로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것은 규제 확대 측면이 있다"며 "이 부분은 그간 기존 공정거래 관련 제도가 사각지대가 있었던 거라 보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집단이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를 통해 사익편취 등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단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이 그 예시가 된다.

상법이나 국세기본법 등 주요 법령에서는 이미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경제법령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보고 있다.

■재벌 친족수 절반 줄어든다

총수 친족 범위 축소에 따라 현재 총수가 있는 60개 집단 친족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회사 수에는 거의 변동이 없다.

공정위는 "국민 인식에 비해 친족 범위가 넓고 핵가족 보편화·호주제 폐지 등으로 이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아 기업집단의 수범의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특수관계인 등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거나 거짓자료를 제출할 경우 제재를 부과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동일인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등 대기업집단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현재 동일인관련자에 임원이 포함됨에 따라 대기업집단 측에서 사외이사 영입 시 그가 지배하는 회사도 일단 기업집단에 자동 편입된다.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임원독립경영 신청을 통해 사후적으로 계열회사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기업집단에 과도한 수범의무를 부과하고 대기업집단 규제 적용에 따른 부담으로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 섭외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를 원칙적으로 계열회사 범위에서 제외했다.

개정안은 또한 그간 중소기업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 이상'인 경우에만 대기업 계열편입 유예 대상이었으나 이를 '3% 이상'으로 완화했다.

현행 시행령은 대기업이 투자한 일정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편입을 7~10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 편입 시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된다. 중소·벤처기업의 지위를 상실해 세제혜택, 저리대출 등 각종 정책적 혜택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 개정안에 따라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를 적용받는 중소기업은 약 15만개 늘어날 전망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