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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힐 신는 남자'가 돌아왔다... 올 뮤지컬 무대도 사뿐히 평정 [Weekend 문화]

이유 있는 스테디셀러 '킹키부츠'
치마 입고 무대 오르는 '드래그퀸' 다뤄
한국서만 누적관객 35만… 평점 '만점'
"한번만 본사람은 없다" 다회차 관람 정석
주인공 롤라 역에 최재림·강홍석·서경수
10월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서 공연

'킬힐 신는 남자'가 돌아왔다... 올 뮤지컬 무대도 사뿐히 평정 [Weekend 문화]
킹키부츠 롤라 역 최재림
'킬힐 신는 남자'가 돌아왔다... 올 뮤지컬 무대도 사뿐히 평정 [Weekend 문화]
킹키부츠 찰리 역 이석훈
"와, 이제 초반부 공연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잘하면 막판에는 얼마나 더 잘하는 거야."

지난 7월 25일, 155분의 공연이 끝나고 약 10분간의 라스트 송과 기립박수를 마친 관객들은 1250석 규모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을 줄지어 빠져나왔다. 출근시간 신도림역처럼 꽉 찬 계단에서 한 여성 관객이 친구에게 "강홍석, 최재림 롤라는 봤고, 이제 서경수 롤라만 보면 3 롤라 다 보겠네"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친구가 "킹키부츠 안 본 눈 삽니다"라고 응수했다. 이들에겐 '킹키부츠' 다회차 관람이 정석, 킹키부츠 안 본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다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이런저런 분들."

킹키부츠에서 롤라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신사, 숙녀, 그리고 신사와 숙녀 어딘가의 사이 혹은 경계에 있는 모든 개별적인 당신들. 롤라 역시 신사도 숙녀도 아닌 드래그퀸이다. 영국 런던의 한 클럽에서 바지 대신 치마를 입고, 힐을 신고 무대에 오른다.

그러던 어느날 롤라는 망해가는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초보 사장 찰리를 만난다. 롤라는 찰리에게 남자도 신을 수 있는 킬힐 높이(18㎝)의 부츠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날 무대에 선 롤라는 돌아온 강홍석이었다. '원조롤라' 강홍석은 2014년 킹키부츠의 초연, 2016년 재연에서 완벽한 연기와 가창력으로 '인생캐릭터'라는 호평을 받았다. 롤라 연기의 압권은 그의 섬세한 감정연기였다. 찰리의 제안으로 구두공장의 디자이너로 취업한 그는 드래그퀸의 옷을 벗어던지고 비싼 양복을 빼 입었으나 어느 때보다 위축돼 보였다. 180㎝가 넘는 키에 근육질의 롤라는 비싼 남성 양복을 입었을 때는 자신일 수 없었다. 롤라는 아찔한 하이힐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80㎝의 붉은 킹키부츠를 신고 "누가 뭐라해도 너는 너니까 저스트 비 있는 그대로"라고 노래했다. 양복을 벗어던진 롤라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쳤고, 당당했고, 멋있었다. '킹키부츠'의 사전적 정의는 '특이한' '여성용 긴 부츠' 두 가지다. 하지만 롤라라면 해당 페이지를 찢고 하이힐로 그 페이지를 즈려 밟았을 것이다.

■영화, 뮤지컬 잇따른 흥행에는 이유가 있다

킹키부츠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영화, 뮤지컬의 흥행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원 소스 멀티 유즈 작품이다. 실제로 영국 노샘프턴의 W.J 브룩스 공장의 사연이 1999년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후 뜨거운 관심을 받아 2005년 영화의 소재로 활용됐다.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로 망해가는 신사화 공장의 사장이 우연히 드래그퀸을 위한 신발을 만들며 재기에 성공한 이야기다.

영화를 바탕으로 2012년 뮤지컬로 탄생한 킹키부츠는 제67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과 음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014년 한국에서 비영어권 국가 중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이 이뤄졌다. 이후 2020년까지 총 4번의 시즌까지 우리나라 누적관객만 35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 스테디셀러 쇼뮤지컬의 반열에 올랐다.

브로드웨이의 대표 연출가 제리 미첼의 감각적인 연출과 세계적 아티스트 신디 로퍼의 음악은 한순간도 눈과 귀를 뗄수 없게 만든다. 신디 로퍼는 킹키부츠로 처음 뮤지컬 음악에 도전했지만 팝과 소울을 기반으로 관객들의 어깨와 발을 들썩이게 만드는 14곡의 음악을 작곡했다. 1막의 엔딩 곡이자 작품 속 가장 신나는 넘버인 '에브리바디 세이 예'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극장을 일순 콘서트장처럼 만든다.

■믿고 보는 주연 배우, 감초 역할도 톡톡

올해 롤라 역에는 최재림과 강홍석, 새로 합류한 서경수가 캐스팅됐다. 초보 사장 찰리 역은 킹키부츠를 시작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석훈을 비롯 김성규, 신재범이 연기한다. 롤라와 함께 킹키부츠를 신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는 엔젤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전호준, 한준용, 한선천, 이종찬, 김강진, 윤현선이 출연한다.
찰리의 곁에서 그의 재기를 도와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로렌' 역에는 김지우, 김환희, 나하나가 열연을 펼친다. 공연은 오는 10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인터파크 관객 평점은 9.9점, 티켓링크 평점은 10.0점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