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경고 3일 만에 폭파..
코로나19 북 유입, 남조선 것들이 초래한 것
도발 암시 발언 후 실천, 도발 감행 경향 강해
북 가능한 도발 시나리오에 대비책 마련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파이낸셜뉴스] 도발을 암시하는 김여정의 폭탄 발언이 재개됐다. 김여정이 지난 2020년 6월 13일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후 3일 만인 16일 북한당국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당국자가 도발·응징 등을 암시하며 내뱉은 말은 반드시 '실천으로 옮기는 경향성'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이 김정은 정권 생존 논리이기도 하기에 도발 암시 발언에 경계해야 하며 특히, '보복'이라는 언급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노동당 부부장 직책을 맡은 김여정은 10일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발언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11일 김여정이 이날 회의 토론에서 "우리가 이번에 겪은 국난은 명백히 세계적인 보건위기를 기화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반공화국대결광증이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남조선 것들이 삐라(대북전단)와 화폐, 너절한 소책자, 물건짝들을 우리 지역에 들이미는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전선 가까운 지역이 초기발생지라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깊이 우려하고 남조선 것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으며 경위나 정황상 모든 것이 너무도 명백히 한곳을 가리키게 되였는바 따라서 우리가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비루스류입의 매개물로 보는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러한 과학적 견해를 가지고 볼 때 남조선으로부터 오물들이 계속 쓸어들어오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수수방관해둘 수 만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부부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남한에 '대적 투쟁'을 강화하겠다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이놈들이 한 장난질에 의해 우리 인민의 머리 위에 얼마나 무서운 죽음의 구름이 떠돌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열과 고통에 시달렸으며 사랑하는 자식들과 혈육들을 잃을가봐 가슴을 조이며 안타까움에 불안 속에 몸부림쳐야했다"라며 "우리는 반드시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하며 여러 가지 대응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적들이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우리는 바이러스는 물론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라며 거침없는 위협을 잊지 않았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의 발언은 북한 내 코로나19 유입에 대한 책임을 한국에 묻는 것이지만, 이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역문제를 뛰어넘는 '도발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를 한국에 책임을 전가해 비난하는 것은 국제정치 현실을 반영한 비판이라는 성격도 있다"며 "북한이 중국과 밀월을 과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을 비난하는 것은 신냉전 시대 세력 양극화의 경향성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북한은 '보복성 대응안'을 언급하며 다양한 보복카드를 구상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핵소형화 고도화를 위한 '제7차 핵실험' 감행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과 같은 서해상 'NLL 도발' △개성공단 시설 전면 북한 국유화 △ ICBM·SLBM 실발사 등 전략도발 △동·서해 동시 복합도발 등"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북한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의 북한 유입 원인을 남한으로 규정, 그 책임을 전가하며 위협적 수사를 이어가는 것이 억지 주장인 것은 북한 수뇌부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명분으로 강한 '도발을 암시·예고'하고 나선만큼 북한의 가능한 모든 도발 시나리오를 따져보면서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 매체가 신형 무기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들.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자료=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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