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
풀무치 등 국내 식품원료 등록
비만예방·치료조성물 등 특허
영양가치 높고 탄소저감 효과
단순식품 넘어 환자·고령식품
"단백질이 풍부한 곤충은 육류식품의 새로운 대안입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인 식용곤충을 새로운 식품원료로 등록하는 일은 대체단백질 개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김선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사진)는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전 세계 식량문제의 해결사로 곤충이 각광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인구의 증가로 2050년에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며 대안식품으로 곤충을 지목했다.
곤충은 한 번에 수백개의 알을 낳으며 세대순환이 빨라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동일한 양을 생산할 때 필요한 사료가 육류에 비해 적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또 곤충은 소고기, 닭고기처럼 단백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혈행개선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총지방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칼슘, 철 등 무기질 함량 또한 높아 영양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의 경우 아메리카왕거저리는 벨기에·호주·뉴질랜드, 풀무치는 유럽연합(EU)에서 법적으로 식용곤충으로 허용하고 있다. 아메리카왕거저리는 국내에서 2011년부터 수입해 그동안 주로 고슴도치, 이구아나 등의 먹이로 사육·유통됐다. 메뚜기과인 풀무치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고유종으로, 벼메뚜기보다 사료효율이 2배 이상 높아 생산성이 뛰어나다. 풀무치 또한 사료원료로 등록돼 동물사료로만 활용이 가능했다.
국내에서는 두 곤충 모두 식경험이 없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이들을 식용곤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농가의 민원이 여러 차례 발생하자 농진청 연구팀은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아메리카왕거저리와 풀무치의 기원 및 개발경위, 국내외 인정 및 사용 현황 등에 관한 자료 조사, 제조공정 표준화, 원료 특성, 잔류농약·중금속·병원성 미생물·알레르기 유발물질 검사, GLP(Good Laboratory Practice) 기관에서 실시한 독성시험, 섭취량 평가자료 등의 영양성과 안전성 입증 연구를 수행했다.
김 연구사는 "이 결과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심사 등을 거쳐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 탈지분말과 풀무치를 각각 2020년과 지난해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풀무치 추출물을 포함하는 비만 예방 또는 치료용 조성물 등의 기술도 개발해 특허출원도 마쳤다.
식용곤충의 식품원료 등록 연구는 곤충의 영양학적·환경학적 가치뿐 아니라 기능성 입증으로 식품을 넘어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곤충 버거·파스타·빵 등 다양한 식품에 첨가할 수 있는 식용곤충은 단순식품을 넘어 환자식, 고령친화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다만 식용곤충의 인식 개선에 대한 부분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김 연구사는 "새로운 식용곤충의 식품원료 등록을 통해 식용곤충의 영양성·안전성을 알리고 탄소저감 효과가 있는 친환경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을 제고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해외 수준에 적합한 식품원료 인정으로 국내 식용곤충 농가의 소득 증진과 향후 해외시장 수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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