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에 자리잡은 피란 역사
'죽은자와 공존하는 마을' 재해석
마무리 생각하는 이색공간으로
지난 12일 공한수 부산시 서구청장(왼쪽 네번째)과 안내센터 운영을 맡은 비석문화마을 주민협의회 윤지선 회장(왼쪽 첫번째)이 협약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 서구 제공
부산시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독특한 마을형성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안내센터와 '웰다잉(Well-Dying)'을 주제로 한 이색 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14일 부산시 서구(구청장 공한수)에 따르면 비석문화마을은 삶의 벼랑에 내몰린 6·25전쟁 피란민과 철거 이주민들이 한 뼘 집을 지을 땅을 찾아 산으로 산으로 올라오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화장장과 공동묘지가 있던 곳에 살아갈 터전을 일군 마을이다.
당시 네모난 묘지 터를 축대 삼아 비석과 상석 등으로 집을 짓고 계단·담장을 만들었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 가슴 아픈 우리 근현대사를 증언하고 있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피란생활박물관과 다양한 거점시설이 생기면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안내센터는 이 같은 마을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확장시키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안내센터는 아미동 아미로 51 일원에 지상 3층(연면적 82.08㎡) 규모로 건립됐다. 도로와 잇닿은 안내센터 입구와 3층에는 연혁과 지도로 마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 남아 있는 비석을 탁본으로 전시해 마을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부터 노년까지 사람의 성장과정을 홀로그램으로 형상화하고 다양한 안내 사인물들을 곳곳에 붙여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곳은 마을의 역사를 모티브로 한 2층 프로그램실과 1층 사진관(웰다잉 전시관)이다. 비석문화마을이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마을'로 불리는 만큼 '웰다잉'을 통해 역설적으로'웰리빙(well-living)'과 아름다운 마무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웰다잉' 관련 영상을 시청한 뒤 유언장·나의 묘비명·사전연명의료의향서·버킷리스트 등을 작성하고 꽃관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이나 영정사진을 찍으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이색 문화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피란생활박물관을 비롯해 비석주택 등을 둘러보는 마을투어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직접 마을해설사로 나서서 마을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안내센터는 약 1~2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거쳐 정상운영 예정이다. 비석문화마을 주민협의회(회장 윤지선)가 운영을 맡아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수익·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하게 된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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