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산업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결국 얼마만큼의 속도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이벤트인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2(KBW 2022) 현장을 취재하면서 꽤 오래전에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의 인터뷰다.
블록체인을 비롯해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웹3 등이 총망라된 KBW 2022에서 제시된 혁신적인 기술이 실제 비즈니스모델(BM)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떠한 요건을 갖춰야 할까 하는 의문과 윤 전 차관 인터뷰가 계속 오버랩됐다. 즉 '신기술'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촘촘한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당시 윤 전 차관은 자동차(신산업)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튼튼한 엔진(연구개발) △가벼운 차체(규제완화) △빵빵한 타이어(투자 중심 창업생태계) △잘 닦인 도로(지원시스템) △물 흐르듯 연결되는 신호체계(기업가 정신)가 필수요건이라고 제시했다.
이때 핵심은 엔진, 차체, 타이어, 도로, 신호체계 등 다섯가지 요소의 합이 아니라 '곱의 법칙'이란 점이다.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제로(0)'가 되면 자동차는 멈추게 된다는 게 윤 전 차관의 설명이었다. '합의 법칙'이 아닌 '곱의 법칙'이란 점에 무릎을 탁 쳤던 순간이 선명하다.
KBW 메인 컨퍼런스인 'KBW 2022:IMPACT'에 연사로 참여한 총 130여명에 달하는 국내외 블록체인 거장들과도 '곱의 법칙'을 공유하고 싶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 얏 시우 애니모카브랜드 회장, 서상민 클레이튼재단 이사장 등은 각각 분명한 기술철학을 바탕으로 사업비전을 제시했다. KBW 2022:IMPACT가 열린 지난 8일과 9일 이틀간 연인원 8700명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순간이다.
하지만 '테라·루나 사태'와 '메타콩즈 내홍' 등에 비춰 봤을 때 블록체인 업계의 기업가 정신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 가상자산 업계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법체계 부분도 정비가 시급하다.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총합인 웹3는 인터넷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라고 확신한다. 웹3 비즈니스 핵심 요소들 간 '곱의 법칙'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웹3는 인터넷 서비스 세대 구분이다. △이용자가 웹페이지에서 단방향으로 정보를 제공받는 웹1 △중앙화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공급받는 동시에 사용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웹2 △정보의 양방향 제공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해당 데이터를 소유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웹3다. 웹3 시대에 제2의 구글, 네이버, 카카오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곱의 법칙 요건'을 갖춰 나갈 수 있는 블록체인 업계의 진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산업IT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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