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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대형 저류시설도 기습 폭우엔 한계... 자연 배수 '스펀지 시티'서 해답 찾는다 [물난리 반복, 이제는 끊을때다]

기후변화로 기록적 강우 잦아져
대규모 시설 갖추고도 침수 반복
녹지 많은 지역은 폭우흡수율 높아
美·中 도시들 숲·습지 늘리기 나서

뉴욕 대형 저류시설도 기습 폭우엔 한계... 자연 배수 '스펀지 시티'서 해답 찾는다 [물난리 반복, 이제는 끊을때다]
도시 내 녹지 비율이 높아 집중호우 시 빗물을 흡수해 자연적으로 수해를 예방하는 '스펀지 시티' 대표 모델로 꼽히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주택가. 로이터뉴스1
서울 시가지가 집중호우로 또다시 침수되면서 해외 다른 대도시의 폭우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대규모 배수시설을 운영 중이나 근본적으로 홍수를 막으려면 물이 통하는 녹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빗물 저장소에서 스마트 터널까지

주요 대도시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빗물 대책은 지하에 건설한 빗물 저장소다. 프랑스 파리는 도로나 운동장 아래 대형 물탱크를 건설해 폭우 시 쏟아지는 빗물을 저장하고 가뭄이 들거나 폭염이 닥칠 때 이를 활용한다. 동시에 파리의 하수도는 길이만 2000㎞에 달할 만큼 촘촘하다.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도시들도 운동장 지하 등에 빗물을 모으는 저류시설을 운영 중이다. 시카고에는 최대 지름 11m의 지하 방수로가 210㎞에 걸쳐 건설되어 있다.

연평균 강수량이 2400㎜로 한국(약 1500㎜)보다 훨씬 많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는 비가 오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터널'이 있다. 이는 2007년 클랑강 중류에 건설된 대도심 하수터널로 9.7㎞ 길이에 터널 양쪽으로 각각 140만t, 60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소가 있다. 터널에도 100만t을 추가로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폭우가 점차 심해질 것"이라며 관련 시설을 무한정 증축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파리에는 150년 만에 폭우가 쏟아져 센강이 범람, 16명이 사망했다. 2018년에도 겨울 폭우에 센강이 넘쳐 1000여명이 대피했다. 지난해 9월 1일 뉴욕에서는 허리케인 '아이다'의 영향으로 1869년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많은 폭우가 쏟아졌고, 뉴욕주에서만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쿠알라룸푸르 역시 지난해 12월 폭우로 침수됐으며 지난 3월에도 수백채의 집이 물에 잠겼다.

■자연에서 배워야…'스펀지 시티' 주목

이와 관련, 영국의 다국적 건축엔지니어링 기업인 에이럽은 지난 3월에 전 세계 '스펀지 시티' 순위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으로 도시 토양 데이터를 분석해 호우 시 물을 잘 흡수하고 배출하는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에이럽은 최근 일일강수량이 급증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영국 런던, 인도 뭄바이, 케냐 나이로비,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를 포함해 세계 7개 도시에서 토양 표본을 추출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오클랜드의 폭우 흡수율은 35%로 7개 도시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오클랜드의 도시 내 녹지 비율은 50%에 달했다. 반면 꼴찌를 기록한 런던은 녹지 비율이 31%로 가장 낮았다. 폭우 흡수율도 22%로 최하위였다.

2013년에 스펀지 시티라는 용어를 처음 고안한 중국 베이징대학의 위쿵젠 조경건축 교수는 "자연 기반의 홍수 관리대책이 인간의 시설보다 비용 면에서 평균 50% 가까이 효율적이고 부가가치도 28% 더 많다"고 주장했다.


주기적으로 홍수를 겪는 중국은 2015년 발표에서 2030년까지 중국 도시의 80%가 빗물의 70%를 흡수해 재활용하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허난성의 정저우는 2030년까지 중심 시가지의 90%를 스펀지 시티로 바꿀 예정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당국도 2011년부터 25년에 걸쳐 45억달러(약 5조8590억원)의 예산을 투입, 숲과 습지 등 각종 자연배수 지역을 만들 계획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