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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앞두고 종교생활 재개...법원 "양심적 병역 거부 아냐"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한 1심 뒤집고 항소심서 유죄

입대 앞두고 종교생활 재개...법원 "양심적 병역 거부 아냐"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학 진학과 질병, 국가고시 응시 등을 이유로 수차례 입대를 미루다 입영 시기가 다가오자 중단했던 종교활동을 재개한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델 A씨(28)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역 입영 대상자인 A씨는 2019년 10월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기피한 것"이라며 해당 종교단체를 신봉하게 된 경위에 관한 A씨 어머니의 진술서, A씨의 종교활동 관련 사진 등을 소명자료로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A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경위와 종교활동, 입영을 기피한 경위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에 비춰볼 때 A씨의 병역 거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여호와의 증인 종교 활동에 성실히 참여했다거나 종교적 신념이 확고하게 형성됐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서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0대 때 처음 여호와의 증인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A씨는 2013년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분류된 후 대학 진학과 출국, 자격시험, 국가고시, 질병 등을 이유로 수차례 입영을 연기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2017년부터 2019년 초까지 모델 활동을 이유로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첫 입영 통지서를 받은 2019년 4월께부터 종교활동을 재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서울지방병무청의 질의에 종교단체 측이 '집회 참석, 교회 활동 등 신도사실확인서를 발급해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최초 입영 통지를 받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종교단체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는 또 매번 다른 이유를 들어 6차례에 걸쳐 입영을 연기하면서도 단 한 번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원심에 제출한 자료들은 그의 개략적인 성장 및 종교 활동 경과, 교단 내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여한 사진 등 병역거부와 관련된 A씨의 양심과는 무관한 것들일뿐더러, 그러한 양심의 존재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근 비슷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내린 판결과 엇갈린 결과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3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B씨는 9년간 여호와의 증인 신앙생활을 중단했다가 입영 통지서를 받을 무렵부터 종교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2018년부터 회심해 성서 연구 및 정기 집회에 참석하며 종교 생활에 다시 집중했다"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