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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어려운 기후재난… 빅데이터 활용해 대응능력 키워야" [물난리 반복, 이제는 끊을때다]

(下) 전문가에게 듣는 해법
시간당 95㎜ 배수시스템 갖췄지만
용량 넘어서는 폭우에 피해 커져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 기록 경신
韓 전문가 적어 대처능력 떨어져
홍수·배류시설 기준값 주기 점검
지자체들간 연대·협력도 중요

"예측 어려운 기후재난… 빅데이터 활용해 대응능력 키워야" [물난리 반복, 이제는 끊을때다]

지난 8일부터 서울 등 중부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는 14명의 사망자와 6명의 실종자, 1만5000여동의 주택·상가 침수 피해를 남겼다.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초래된 기록적인 폭우의 결과다. 파이낸셜뉴스는 18일 기후·재난 전문가를 만나 기후변화와 재난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응능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부족한 재난 인프라

기상·재난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과 경기 등 중부지역을 휩쓴 집중호우를 두고 이상기후 영향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동아시아 지역 쪽에서 고온, 호우, 가뭄 빈도가 증가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부분 온실가스 영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집중호우도 유사한 원인이 아닌지 추측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명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정책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무더위, 장마에 이어서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는 것. 과거에 비해 예측이 많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과거에 경험했던 재난을 토대로 최대치 수준의 대비를 한다고 해도 이를 뛰어넘는 재난이 오기 때문에 대비가 어려운 것"이라며 "이번에도 시간당 95㎜까지 배수용량을 갖췄는데도 시간당 110㎜ 이상 강도 높은 비가 와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직 재난 관련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국내에서 방재안전직 공무원을 뽑기 시작한 것도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공 교수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건 대처능력도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대학에서부터 재난 관련 학과를 많이 만들어서 전문가를 키워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방재안전직 인력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변 팀장도 "이상기후는 수치모델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결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숙달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은 물론 교육된 인원을 충분히 수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조달 체계가 다 같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 비하면 재난 인프라가 상당 부분 향상됐지만 재난환경이 더욱 가혹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고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지역 맞춤으로 더 빨리 전달하는 정교함이 더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피해복구에 총력

기후변화가 이어짐에 따라 대응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 팀장은 "강남은 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지역인데도 하수시설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라며 "홍수나 배류시설의 기준값이 현시점에 적절한 수준인지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 대응을 위해 보다 많은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 교수는 "재난은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대응이나 복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난 대응 선진국일수록 재난 예방에 많은 투자를 한다. 우리나라도 더 많은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아무리 시설이 잘돼 있다고 해도 침수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시민들도 재난 발생 상황에서의 행동요령을 충분히 습득해놓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 정책관은 "국민의견 수렴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 기관이 안전점검에 나설 예정"이라며 "각 시설 중 재난발생 위험이 많은 곳을 집중 점검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우 패턴과 국지성 집중호우 특성을 분석해 민간 전문가들과 다양한 대응정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해진 지자체 역할

이번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서울시는 기후변화 대응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C40 도시기후리더십그룹'에도 가입해 있는 서울은 탄소중립, 기후변화 대응 등에 있어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큰 도시가 앞장서야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 각종 재해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국가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이번 수해를 계기로 부족한 점을 더 보완하고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본부장은 "서울을 포함해 모든 지자체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맞는 기후변화 대응책이 절실하다"며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자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