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 업체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올린 사과문에서 사용한 '심심하다'라는 표현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이 뜻을 잘못 이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마음 깊이라는 뜻의 '심심(甚深)''이라는 단어를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에 '실질적 문맹'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심심한 사과'가 검색어로 올라왔다. 이는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카페 측이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카페는 공식 트위트를 통해 성인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 '예약 과정 중 불편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며 사과글을 올렸다.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이후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너희 대응이 재밌다", "앞으로 공지글은 생각 있는 사람이 올려라",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주냐", "심심한 사과 때문에 더 화난다. 꼭 '심심한' 이라고 적었어야 했냐"라는 등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누리꾼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진짜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걸 다시 체감했다"며 "이제 곧 무료하다도 공짜로 알아 듣겠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심심한 사과'에 분노했던 한 누리꾼은 "(사인회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사람들 발 동동 구르게 만들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한 줄로 퉁치고 잠수타는 게 열받아서 동음이의어로 비꼬아서 쓴 거였다. 내가 몰라서 썼겠냐"고 답답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실질적 문맹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본 문맹률은 1%에 가깝지만, 최근 '21세기 신문맹'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실질적 문맹률은 높은 수준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은 무려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명 중 7명은 글을 읽고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수년 사이 비슷한 해프닝이 종종 발생했다. 지난 3월에는 대학생들이 코로나 19로 인한 공결 사유에 '병역'을 적은 일도 있었다. '병역'이라는 단어의 뜻을 '병'과 관련있다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에 당시 학교 측에서는 "병역은 입대와 관련된 내용이다. 공결증은 '전염성 감염 질환' 또는 '기타'로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2020년 8월에는 '사흘'이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15일~17일까지 연휴가 생겼는데, '사흘 연휴'란 기사가 쏟아지자 "3일인데 왜 4흘이라고 하느냐"는 식의 질문이 잇따랐다. 또 '금일'의 뜻을 '금요일'로 알아듣고 대학 교수에게 불만을 제기한 학생 일화도 온라인상에서 화제에 올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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