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미래세대 청년 갈등 심화
혐중·혐한 자극적 콘텐츠 넘쳐나
관계개선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한중 수교 30년 이후의 미래가 장밋빛이 아닌 중요 이유 중 하나는 청년들의 상대국에 대한 날선 시선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양국 우호를 위해 교류와 협력을 넓혀간다고 해도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의 혐오감정이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30년 관계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국 청년들 인식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로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어도 이즈음 중국의 경제보복과 한한령(한류 제한령)은 본격화됐고, 한국의 피해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보도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문화에 특히 민감한 청년들을 자극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김치는 파오차이에서, 한복은 명나라 한푸에서 유래됐다는 중국 주장에 한국이 발끈했다. 올림픽에선 소수민족으로 소개하며 한복이 등장했다. 중국은 조선족의 전통 옷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일을 경험한 한국 국민들은 분노했다. 경기 편파판정 논란도 있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청년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했다. 유튜버들은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혐중·혐한 감정을 중요 콘텐츠로 활용했고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도 대중매체에 나와 교묘하게 갈등을 부추겼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가 반중·반한 감정의 최전선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 빈도가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도 봉합 대신, 정권 공고화 또는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중국 사람들, 중국 청년 대부분이 한국을 싫어한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당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양국 청년 갈등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7월 15~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주변 5개국(미국·북한·일본·중국·러시아)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23.9점)은 북한(29.4점)과 일본(29.0점)보다 한참 낮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23.3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0대 이하(10점)와 30대(17.5점) 등 젊은층일수록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저조했다.
중국에선 특정 국가에 대한 공식적인 호감도 조사가 금지돼 있어 객관적 수치를 알 수 없다. 그 대신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나 한중 관계를 전한 뉴스 댓글에 중국 청년 민심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양국 청년 정서가 완전히 갈라선 것은 아니다. 양국 정부는 청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민간 차원의 교류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선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상영·방영되기 시작했고 한국 문화콘텐츠 관계자들도 현지에서 물밑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한령 해제의 조짐으로 해석된다. 문화는 양국 청년 인식 회복의 핵심 열쇠다.
한중 관계를 연구하는 중국 싱크탱크 관계자는 "인터넷 댓글처럼 한국에 대한 중국 청년들의 인식이 나쁘지만은 않다"며 "한국 패션이나 화장법을 따라하고 한국음식을 찾는 청년들이 많은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혐한 분위기와는 실제가 다르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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