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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재건축 안전진단 소급적용 절실

[테헤란로] 재건축 안전진단 소급적용 절실
"은마나 여의도 시범, 목동, 중계동 등 서울에도 아직 재건축을 못한 아파트가 많습니다. 1기 신도시는 이제 막 30년, 서울은 40년이 넘은 곳들이 많은데 어디가 먼저 돼야 할까요?"

지난 2020년 7월, 건설부동산부 업무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부동산 전문가를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 들었던 아파트 재건축 전망에 관한 답변이다.

부동산부 기자가 아닌 시절부터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학군지로 유명했던 목동 신시가지 단지들과 상계동·중계동 단지들 모두 재건축을 왜 안하는지가 궁금했고,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은마는 궤가 달랐지만 목동과 중계동은 재건축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였다. 2018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며 구조안전성 기준이 50%로 높아져 주거환경과 설비 등이 노후돼도 붕괴위험이 없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정부가 바뀌고, 아직 방향뿐이지만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구조안전성 기준을 30%대로 낮추면, 안전진단 문턱에서 주저앉은 목동 아파트 재건축 시계가 다시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전문가의 말처럼 서울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지금처럼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면 향후 1기 신도시 재건축 역시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나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어느 정책에서나 촉각을 곤두세우는 '소급적용' 여부다. 세부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이미 정밀안전진단 또는 적정성 검토에 들어간 단지는 과거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전체 14개 단지 중 1·2·3·4·5·7·10·13·14단지가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해 적정성 검토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다. 목동의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그간 정부 정책이 바뀔 거란 기대감에 필요서류 제출을 늦춰가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책에 소급적용 여부가 포함되지 않아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서울에는 이미 안전진단 재도전에 나선 단지들이 꽤 있는 만큼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정밀안전진단 비용은 단지별로 1억~2억원이 소요된다. 통상 조합 설립 이후 안전진단 모금액에 이자를 포함해 돌려주는 방식으로 의결하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분양가상한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결국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급적용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인 단계로, 연내 세부방안 발표 때 포함될 예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도 힘을 받기 어렵다. 이번 공급대책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며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연기에 영향을 미친 만큼 확실한 재건축 탈출전략을 위해서도 재건축 안전진단의 소급적용이 절실하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건설부동산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