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이미 러시아 정부 인사 제재, 일반 국민과 분리해야"
EU "모든 러시아인 입국 금지는 부적절"
에스토니아 등 일부 국가들은 우크라 요구대로 비자 발급 중단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레닌그라드주 이반고르드에서 한 러시아 시민이 에스토니아로 이어지는 국경 세관 검문소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현재 러시아 국민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타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이 우크라이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난을 원하는 러시아인의 탈출구를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탄압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사, 인권 탄압에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피난 통로를 차단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다른 나라의 땅을 빼앗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제재는 국경을 폐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유럽연합(EU) 역시 언급하고 EU가 아무나 방문할 수 있는 “슈퍼마켓”이 되면 안된다며 비자 발급 중단을 촉구했다.
프라이스는 전면적인 비자 발급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행동·정책과 러시아 국민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러시아 관리들과 그들의 지원자들에 대한 비자 제한을 포함한 제재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스는 "미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2월 24일부터 개인 5000명에 대한 비자를 제한하는 단계를 밟았다"고 밝혔다.
같은날 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전면 비자 발급 금지에 반대하며 "모든 러시아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젤렌스키의 호소를 받아들였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발급된 비자도 취소하며 러시아인 입국을 막았고, 핀란드는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 비자 발급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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