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야 산다" 소비 최대한 줄여
따릉이 출퇴근·구내식당 식사 등
무지출 챌린지·냉파족 등 유행
#. 대학생 조모씨(23)는 소위 중고 거래 매니아다. 조씨는 물가가 올라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충당이 어려워지자 올해 당근마켓 아이디를 만들고 20건 이상의 '폭풍거래'를 하고 있다. 패션학과인 조씨의 주요 판매 품목은 의류. 잘 입지 않는 옷들을 당근마켓에 50%~80%의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조씨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매너온도는 40도를 넘었다. 매너 온도는 거래수와 거래 상대의 평가에 따라 올라가는 거래자 지표다.
조씨처럼 2030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고 잔돈을 모으는 이른바 '짠테크족'(짜다+재테크)이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무지출 챌린지(하루에 한 푼도 안 쓰고 버티기)', '냉파족(냉장고 파먹기 하는 사람)', '탕파족(탕비실 파먹기 하는 사람)'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1시간 따릉이 타고 출퇴근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3%로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외식물가 상승률(8.4%)과 외식 외 개인 서비스(4.3%)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소비를 과시하며 즐거움을 얻는 '플렉스(FLEX)' 문화가 퍼졌다면 최근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과 무지출 챌린지 등 정반대 의미의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30대 직장인 임모씨는 영등포에서 청담을 오가는 출퇴근길에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탄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0분. 한달에 약 10만원 나가던 교통비를 2만원 수준으로 줄였다. 아낀 만큼 월 저축액도 10만원 늘렸다. 임씨는 "돈도 아끼고, 운동도 되는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따릉이 이용률도 급증했다. 서울시 교통정보 5월 교통통계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따릉이 이용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4%늘어난 15만4251건을 기록했다. 따릉이 이용이 가장 몰리는 시간은 퇴근 시간대인 오후 6~7시(10.4%)로 나타났다.
■투자 실패한 2030세대 "짠테크 유행은 계속 될 것"
짠테크족이 확산된데는 부진한 주식장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부터 코스피 지수는 2500선 안팎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3000선을 돌파했던 2021년에 비하면 활기가 많이 떨어졌다. 20대 직장인 송모씨(26)는 지난 2월 두달치 월급 5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으나 현재 20%이상 손해를 봤다. 이후 송씨는 점심식사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다.
구내식당의 점심 가격은 2000원. 송씨는 "탕파족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고 얼굴이 화끈해졌다"고 했다. 최근 점심식사 후 탕비실에서 믹스커피를 타먹는 본인을 저격하는 단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때 MZ세대에게 욜로(YOLO·소비중심태도)와 플렉스(FLEX·과시소비)가 익숙한 수식어였지만 고물가와 주식하락 여파로 이들 사이에 탕파족, 냉파족 등의 유행어가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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