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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황혼 육아

[fn스트리트] 황혼 육아
전남 영광군이 지난해 합계출산율 1.87명으로 3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김준성 영광군수가 신생아를 안고 있다 . 뉴시스
정부는 내년부터 부모급여를 도입해 0세와 1세 영아를 둔 부모에게 각각 월 70만원, 3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는 아이를 돌봐주는 조부모 등 친인척에게 돌봄수당을 주기로 했다. 0~3세 손자·손녀나 조카를 돌보는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에게 최대 1년간 매월 30만원을 지급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응 고육지책이다. 돌봄수당은 광주광역시와 서울 서초구에서 조부모를 대상으로 이미 시행 중이다. 광주광역시는 월 10만~25만원, 서초구는 최대 월 30만원의 수당을 준다. 서울시의 돌봄수당은 조부모 외 친인척까지 범위를 넓혔다는 것이 특징이다. 중복지원은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이를 가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신혼부부는 나라에서 월급을 준다니 일단은 반색이다. 액수의 다과보다 급여라는 용어에 고무된 느낌이다. 시부모나 친정부모에게 자녀를 맡기는 부부도 돌봄수당을 따로 챙기는 게 나쁠 리 없다.

문제는 황혼육아. 보건복지부의 2018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 양육지원을 받는 사람 중 조부모(83.6%)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특히 자식과 따로 사는 비동거 외조부모(48.2%)가 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디스크 같은 '손주병'에 시달리고 있다.

노부모에게 기대기 마련인 현금성 지원보다는 사회 인프라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부모급여나 돌봄수당은 일터에서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제를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을 메우는 보조장치에 불과하다. 국공립 어린이집 같은 관련기관 수를 늘리거나 운영시간을 확대해 사회 내에서 안전한 출산과 돌봄이 가능해져야 한다.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준비하는 노부모에게 손주 돌보기 부추김은 바람직하지 않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