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력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극우 성향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형제들(Fdl)’ 대표가 자신의 SNS에 한 우크라 여성이 성폭행 당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다.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은 멜로니 대표가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올린 해당 영상이 모두 삭제되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는 원문 대신 "이 트윗은 트위터 규정을 위반했다"는 안내문이 보이도록 처리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영상은 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을 신청한 23세 남성이 우크라이나 국적의 55세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이탈리아 북부 피아젠차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 되었지만,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피해자의 끔찍한 비명도 영상에 생생하게 담겼다.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가 확보해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한 이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다. 그는 영상과 함께 "피아첸차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성폭행 사건 앞에서 침묵을 지킬 수 없다"며 "나는 도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멜로니 대표가 영상을 올린 의도와 달리 이 성폭행 동영상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과 함께 거센 역풍을 일으켰다. 멜로니 대표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상을 확산시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것이다.
중도 좌파 성향 민주당의 엔리코 레타 대표는 트위터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성폭행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 특히 선거용으로 활용한 건 부적절하다"며 "인간과 피해자를 존중하는 게 항상 우선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도 정당 아지오네의 카를로 칼렌다 대표도 "문명국가에 합당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일 메사제로'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지만 멜로니 대표는 영상을 자진해서 삭제하지 않았으며, 사과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고, 멜로니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멜로니 대표는 차기 이탈리아 총리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이다.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우파 연합은 현재 총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형세가 지속된다면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의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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