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 패널토론
"선진국보다 신흥국 정책 리스크 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비한 정교한 정책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정 시기에 취해지는 비전통적인 정책수단이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에서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총재는 지난달 한은이 0.50%p 금리를 인상한 '빅스텝'을 밟으며 미리 가이드를 제시한 것과 같이 포워드가이드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은 총재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이 총재가 처음이다.
이 총재는 최근 전대미문의 보건 위기에 대응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광범위하게 사용해 온 비전통적 통화정책과 관련 "신흥국이나 소규모개방경제에서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신흥국이나 소규모개방경제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주는 영향이 더욱 큰 만큼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고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불충분하거나 재정우위, 부채 지속가능성 및 통화가치 하락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크기 때문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란 양적완화와 비전통적인 포워드가이던스와 같은 특정 시기에 기반한 정책을 의미한다. 특정 조건 하에서 저금리를 장기화하는 정책 등을 말한다.
이 총재는 일례로 지난 7월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 것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인상 시점에는 시장에서 0.50%p의 인상폭이 이미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7월 인상 자체보다는 향후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내부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장단점들을 논의한 끝에, 한국은행은 일종의 절충안을 취했다. 즉, 공식의결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와 같은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기로 한 반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했다.
앞서 선진국 역시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는 약점을 다소 드러냈다는 평가다. 포워드가이던스의 적용 조건 및 기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경제주체들은 외부 환경 급변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고, 시장이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면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 금융시장의 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총재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향후 신흥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양적완화와 포워드가이던스 같은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흥국들은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가 각자의 여건과 필요에 최적화된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분석 역량, 경험의 축적,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며, 지금과 같은 때야말로 이를 위해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올해 잭슨홀 미팅의 주제는 ‘경제와 정책에 대한 제약 조건 재평가’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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